'지하철 통합' 서울교통공사 출범…당초 목적 살릴 수 있나?
안전·비용절감·직원 처우개선…시민안전·서비스 향상 기대
"노조에 유리한 조항 대거 반영…시민 안전, 경영효율화 뒷전 우려"
안전·비용절감·직원 처우개선…시민안전·서비스 향상 기대
"노조에 유리한 조항 대거 반영…안전·경영효율화 지켜야"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하나로 통합된 서울교통공사가 31일 공식 출범했다. 이번 통합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이끌어낸 국내 최초의 통합사례로 주목받는 만큼, 이로인한 우려 또한 확산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계속되는 지하철 안전사고와 운행장애를 극복하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통합 과정에서 노조에 유리한 조항이 대거 반영되면서 당초 목적인 시민의 안전이나 경영효율화는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통합은 노사정대표자 7명이 모여 8개월간 총 36회에 걸쳐 논의한 결과다. 여기서 논의된 안전조직 설계, 안전인력 증원, 근무형태, 직영화, 임금 등의 합의안이 새로운 서울교통공사의 기본 골격이 됐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통합으로 △안전조직 강화 △안전인력 증원 △비용절감 등 재정건전화 △직급별 인력구조 정상화 △처우개선을 통한 직원 자존감과 안전의식 고양 △시설·장비 표준화로 시너지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양공사 통합에 따라 '안전관리본부'를 설치해 1~8호선까지 안전관리를 일원화하고, 본사 중복인력을 역사 등 현업분야로 재배치해 현장의 안전과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건비 절감 등 중복예산을 조정해 연간 226억 원의 재무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통합 공사의 인력구조를 9직급 체계에서 7직급 체계로 변경해 기관별, 직급별로 불균형한 인력구조를 정상화하고, 통합으로 발생하는 절감 인건비의 55%를 근로자 처우개선에 투자해 직원 자존감 고취로 시민안전과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양 공사의 직원을 합치면 약 1만 5000명으로, 지방공기업 중 최대 규모다. 이는 지난 2011년 인천메트로와 인천교통공사가 합쳐진 1800명보다 8배 이상 큰 규모다. 이렇듯 거대 공기업이 탄생하면서 지하철 통합 목적이 노조 기득권 유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시는 적정 처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안전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지하철 통합에 따른 거대 노조 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하철 통합 관련 서울시의 사전 협의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거대 노조 형성에 따른 의견 불일치로 경영 혁신 곤란, 시민 불편 초래 등 부작용에 대한 리스크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추후 통합 공사의 거대 노조가 힘의 논리로 파업에 돌입할 시 대체 기관사 확보 곤란 등으로 교통대란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등도 이 같은 우려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가 지난 2월 개최한 지하철 통합 관련 공청회에서 조동근 명지대학교 교수는 "지하철 이용자가 아닌 지하철 내부구성원의 이해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통합지하철 공사 발족은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 공사 통합 시 종사자 수가 1만 5000여명에 달하는 거대 비만 공기업이 탄생하는데, 경영합리화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가 지하철 통합 효과 중 '비용절감'을 내세운 것과 관련, 그 절감액을 안전예산 개선비보다 직원들 처우개선비에 투입해 통합의 본질에 벗어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는 지하철 통합에 따른 중복인력 등 1029명을 구조조정 없이 자연감축으로 줄이고, 인력감축으로 인한 절감액 중 절반 이상을 직원 처우개선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본보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건 그만큼 젊은 층의 신규인력 채용기회가 차단되는 등 또 다른 사회적 손실을 낳게 되는 것"이라며 "또한 통합공사에 안전업무직 등 대규모의 '정원 외 인력' 채용이 불가할 경우 이를 증대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비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우려와 기대 속 서울교통공사 출범식이 오후 2시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개최됐다. 출범식에는 박원순 시장, 양준욱 시의회 의장, 유관기관 관계자, 시민 등 총 500명이 참석했다.
출범식 행사는 박 시장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현판제막식을 시작으로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시민의 바람', '시민에게 전하는 8가지 약속', '서울지하철 발자취 사진전 관람' 등이 진행됐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년 6개월 동안 여러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낸 당사자를 비롯해 통합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새로 출범하는 서울교통공사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로 시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공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출범 이후 주요 추진과제로 △단기간내 조직의 화학적 융합 실현 △현업 기술센터 공간적 재배치 확대 등 직종간 협업강화 △임금체계 및 취업규칙 통합 △업무특성별 근무형태 개선 △조직진단 등을 통해 자회사 통합 검토 △안전업무직과 업무직 직원의 처우개선 △감사원 등 외부기관 지적사항인 휴가제도 개선 및 필수유지업무 조정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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