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오 입에서 무슨 말이..."삼성 선수선발, 최순실이 번번이 퇴짜"
"정유라 외 다른 선수들도 지원계획...처음과 달리 갈수록 변질"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측과 서류 꼼꼼히 살피며 고삐 죄
정유라 승마지원 핵심 증인...최장 재판 기록 예상
"정유라 외 다른 선수들도 지원계획...처음과 달리 갈수록 변질"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측과 서류 꼼꼼히 살피며 고삐 죄
정유라 승마지원 핵심 증인...최장 재판 기록 예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공여’ 여부를 가리는 21차 재판은 핵심 증인 ‘박원오’의 말 한마디마다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삼성전자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지원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다. 시작 전부터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 가운데, 특검측 심문만 약 6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꽉 들어찬 방청석...특검측 신문만 6시간 30분
서울중앙지방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31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대한 21번째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은 박원오 전 전무가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증인 심문은 오전 1명, 오후 1명 등 2명씩 진행하지만, 재판부는 증인 중요도를 고려해 박원오 전 전무에 대한 심문만 진행하기로 했다.
정씨의 승마 후견인으로 알려진 박 전 전무는 2015년 최씨가 독일에 코어스포츠를 세우고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에서 지원을 받는 과정에 개입한 인물이다.
이같은 관심으로 오전 대법정 417호는 프레스석을 포함해 방청객으로 꽉 찼다. 재판부는 심문 시작 전 “특검 및 변호인측 모두 질문이 많을 것 같으니, 반복되는 질문을 피하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25분까지 진행된 특검 심문에는 ▲삼성전자가 정유라의 존재를 인지했던 시기 ▲한국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등 승마협회 지원 내용 ▲삼성과 최순실이 영향력을 행사한 코어스포츠간 컨설팅 용역 계약체결 과정 ▲삼성의 정유리 단독 지원 배경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2015년 7월 29일 박 전 전무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부탁해서 승마지원 관련 기획서를 작성했다는 발언이 나오자 법정에는 한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삼성측은 박원오 전 전무가 먼저 기획서를 작성해서 가지고 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상반되는 가운데, 변호인 석에 앉은 이재용 부회장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다른 날과 달리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검토했다. 박 전무가 7월 29일 증언을 하자, 옆에 앉은 변호인과 여러번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도 포착됐다.
◆마장마술용 말 소유주 놓고 최순실 격노..."갑과 을 바뀌었다 생각"
하지만 박 전 전무는 "삼성이 승마지원을 위해 노력한 것 만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갑과 을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박 전 전무는 "삼성의 승마지원은 정유라 개인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출전기회를 위해 마필과 승마훈련 등을 지원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승마지원 당사자인 정유라씨도 이날 오후 강제송환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승마선수 6명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 중 한명이라고 들어서 그런줄만 알았다"고 밝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박 전 전무는 승마지원 선수 선발에 최씨가 번번이 방해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승마 지원을 받는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명단을 올리면 최씨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퇴짜를 놔 한 명도 뽑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삼성에서는 선수를 선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삼성에서 누굴 선발하려 한다. 방법을 찾는다'고 하면 최씨가 '그건 안 된다, 이렇게 뽑으면 안 된다, 누구 뽑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특검이 "삼성에서는 최씨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둔 것 아니냐"고 묻자 "결국은 그렇게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의 여권에 소유주가 '삼성전자'로 표시된 걸 보고 최씨가 격노했을 때의 일도 털어놨다.
그는 "최씨가 '이재용이 VIP 만나서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말했다"면서 "그 얘기로 '뭔가 다른 대화가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당시 최씨가 흥분하면서 '박상진 사장에게 연락해 독일로 당장 들어오라고 하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했다.
당시 박상진 전 사장은 처음엔 "바쁜 사람인데 오라 가라 하냐. 일정 조정하고 연락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박 전 사장이 박 전 전무에게 문자를 보내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다는 것이고 상황 자체도 복잡한 게 아닌데 뭘 상의하겠다는 건지, 꼭 대면해서 상의해야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전무는 "이런 삼성 측의 이런 태도를 보고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처음 계약과는 달리 갈수록 변질이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 변호인측은 박 전 전무의 증언을 김종찬 전 전무의 증언과 비교하며, 특검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할 전망이다.
한편 현재 변호인 심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재판이 최장 시간을 기록할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최장 시간이 소요됐던 공판은 지난 26일 열린 19차 재판이다. 총 15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증인석에는 윤희만 서울 세관 주무관,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앉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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