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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오 입에서 무슨 말이..."삼성 선수선발, 최순실이 번번이 퇴짜"


입력 2017.05.31 20:32 수정 2017.06.01 01:45        이호연 기자

"정유라 외 다른 선수들도 지원계획...처음과 달리 갈수록 변질"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측과 서류 꼼꼼히 살피며 고삐 죄

정유라 승마지원 핵심 증인...최장 재판 기록 예상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이자 삼성의 승마지원 수혜를 입은 당사자인 정유라씨가 31일 오후 강제송환돼 인천공항으로 입국 직후 '삼성의 승마특혜지원'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어머니(최순실)께서 삼성이 승마선수 6명을 지원하는데 (내가) 그 중 한명이라고 말씀하셔서 나는 그런 줄만 알았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유라 외 다른 선수들도 지원계획...처음과 달리 갈수록 변질"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측과 서류 꼼꼼히 살피며 고삐 죄
정유라 승마지원 핵심 증인...최장 재판 기록 예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공여’ 여부를 가리는 21차 재판은 핵심 증인 ‘박원오’의 말 한마디마다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삼성전자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지원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다. 시작 전부터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 가운데, 특검측 심문만 약 6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꽉 들어찬 방청석...특검측 신문만 6시간 30분
서울중앙지방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31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대한 21번째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은 박원오 전 전무가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증인 심문은 오전 1명, 오후 1명 등 2명씩 진행하지만, 재판부는 증인 중요도를 고려해 박원오 전 전무에 대한 심문만 진행하기로 했다.

정씨의 승마 후견인으로 알려진 박 전 전무는 2015년 최씨가 독일에 코어스포츠를 세우고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에서 지원을 받는 과정에 개입한 인물이다.

이같은 관심으로 오전 대법정 417호는 프레스석을 포함해 방청객으로 꽉 찼다. 재판부는 심문 시작 전 “특검 및 변호인측 모두 질문이 많을 것 같으니, 반복되는 질문을 피하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25분까지 진행된 특검 심문에는 ▲삼성전자가 정유라의 존재를 인지했던 시기 ▲한국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등 승마협회 지원 내용 ▲삼성과 최순실이 영향력을 행사한 코어스포츠간 컨설팅 용역 계약체결 과정 ▲삼성의 정유리 단독 지원 배경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2015년 7월 29일 박 전 전무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부탁해서 승마지원 관련 기획서를 작성했다는 발언이 나오자 법정에는 한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삼성측은 박원오 전 전무가 먼저 기획서를 작성해서 가지고 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상반되는 가운데, 변호인 석에 앉은 이재용 부회장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다른 날과 달리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검토했다. 박 전무가 7월 29일 증언을 하자, 옆에 앉은 변호인과 여러번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도 포착됐다.

◆마장마술용 말 소유주 놓고 최순실 격노..."갑과 을 바뀌었다 생각"
하지만 박 전 전무는 "삼성이 승마지원을 위해 노력한 것 만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갑과 을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박 전 전무는 "삼성의 승마지원은 정유라 개인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출전기회를 위해 마필과 승마훈련 등을 지원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승마지원 당사자인 정유라씨도 이날 오후 강제송환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승마선수 6명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 중 한명이라고 들어서 그런줄만 알았다"고 밝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박 전 전무는 승마지원 선수 선발에 최씨가 번번이 방해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승마 지원을 받는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명단을 올리면 최씨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퇴짜를 놔 한 명도 뽑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삼성에서는 선수를 선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삼성에서 누굴 선발하려 한다. 방법을 찾는다'고 하면 최씨가 '그건 안 된다, 이렇게 뽑으면 안 된다, 누구 뽑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특검이 "삼성에서는 최씨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둔 것 아니냐"고 묻자 "결국은 그렇게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의 여권에 소유주가 '삼성전자'로 표시된 걸 보고 최씨가 격노했을 때의 일도 털어놨다.

그는 "최씨가 '이재용이 VIP 만나서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말했다"면서 "그 얘기로 '뭔가 다른 대화가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당시 최씨가 흥분하면서 '박상진 사장에게 연락해 독일로 당장 들어오라고 하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했다.

당시 박상진 전 사장은 처음엔 "바쁜 사람인데 오라 가라 하냐. 일정 조정하고 연락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박 전 사장이 박 전 전무에게 문자를 보내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다는 것이고 상황 자체도 복잡한 게 아닌데 뭘 상의하겠다는 건지, 꼭 대면해서 상의해야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전무는 "이런 삼성 측의 이런 태도를 보고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처음 계약과는 달리 갈수록 변질이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 변호인측은 박 전 전무의 증언을 김종찬 전 전무의 증언과 비교하며, 특검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할 전망이다.

한편 현재 변호인 심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재판이 최장 시간을 기록할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최장 시간이 소요됐던 공판은 지난 26일 열린 19차 재판이다. 총 15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증인석에는 윤희만 서울 세관 주무관,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앉았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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