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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조치가 더 황당"…피해 직원이 바라본 '씨티 해외 부정인출' 사태


입력 2017.06.05 06:00 수정 2017.06.05 06:57        배근미 기자

피해고객 대상 적극적 소명 요구...피해액 환급기간 한 달 이상 소요

"1년 전 피해가 지금까지 발생...신뢰도 생명인 은행에 심각한 타격"

올해로 씨티은행 입사 11년 차인 이 모씨(40)는 지난 4월 일요일 아침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깊이 잠들어 있던 새벽 4시 30분쯤 휴대폰을 통해 자신의 카드가 해외에서 수 차례에 결제되었다는 문자를 뒤늦게 본 것. 사고가 발생한 카드는 하필 현재 이씨가 몸담고 있는 씨티은행의 A+체크카드다. ⓒ데일리안

“처음에는 이게 뭔가, 내가 그 새벽에 무슨 결제를 했나 하고 어리둥절했죠. 은행 직원인 저도 콜센터와 사건조사팀을 거쳐 ‘부정인출’ 피해 확인하는 데에만 대략 1시간이 걸렸습니다.”

올해로 씨티은행 입사 11년 차인 이 모씨(40)는 지난 4월 일요일 아침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깊이 잠들어 있던 새벽 4시 30분쯤 휴대폰을 통해 자신의 카드가 해외에서 수 차례에 결제되었다는 문자를 뒤늦게 본 것.

해외 온라인결제사이트 ‘페이팔(paypal)’을 통해 10달러(원화 기준 11000원 상당)가 총 4차례에 걸쳐 승인되기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씨는 결제문자에 뒤이어 온 은행의 FDS(부정거래방지시스템) 알림 문자를 통해서야 카드가 부정결제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사고가 발생한 카드는 하필 현재 이씨가 몸담고 있는 씨티은행의 A+체크카드. 해커들의 무작위 숫자 조합을 통해 카드번호가 유출되는 이른바 빈 공격(BIN attack)을 통해 해외에서 무단 결제가 이뤄진 것이다. 해당 카드는 이미 지난해 동일한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일면서 현재는 발급이 중지된 상태다. 그러나 이씨와 같은 기존카드 고객들(1만5000여명 추정)은 아무런 제약 없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이미 1년 전 사고에 따른 피해가 지금까지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몰랐던 내부 직원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일. 그나마도 이씨와 같은 피해를 입은 동료 직원의 경우 부정결제알림 메시지조차 받지 못해 피해사실에 대한 인지는 훨씬 더 늦어졌다. 그러나 이번 사고 자체보다 이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은 은행 측의 후속조치였다.

“제가 직접 은행에 제 계좌에 대한 피해사실을 통보하고 카드 정지까지 요청했지만, 사고 한 달여가 다된 지금까지 카드 재발급 등 후속조치 관련 내용은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피해금액 역시도 은행 자체조사를 거친 뒤 제가 해외에서 이용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와야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에 한 달 이상이 지난 뒤에야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은행 측은 자사 직원이자 피해고객인 이씨를 상대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포함한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씨는 자신의 출입국 관련 서류 등을 직접 제공하겠다며 보다 빠른 처리를 요구했지만 이 역시 소용이 없었다.

조사기간을 포함 최소 한 달에서 두 달 이상 소요돼 고객 입장에서 운용할 수 없는 돈과 불편함에 대한 지연이자 등 피해보상 계획 역시 전무한 상황. 이에 반발한 이씨는 은행에서 피해금액 보상에 앞서 요구하고 있는 정보제공 동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자신의 결제문자 내역을 잘 살피지 않는 고객이나 현재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객, 직구 등에 익숙한 고객의 경우 실제 자신이 결제한 것으로 착각해 피해 규모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거나 향후 피해 확산의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카드가 일정 수수료 지불 시 세계 어디에서나 인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로 해외에 나가 있는 유학생이나 교민 등에게 인기가 높았던 만큼 피해 규모나 보상, 향후 대책에 있어 은행 측의 강도높은 조치가 마련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19일 씨티은행을 방문해 해외 부정결제와 관련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데 이어 23일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기간은 앞으로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은행의 대처가 법에 저촉되는지 등을 확인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재 이씨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은행 측 방치 속에 여전히 계속되는 부정 인출피해 우려와 그에 따른 은행의 신뢰도 하락, 이에 실망해 떠나는 고객이탈 심화에 대한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피해 규모와 관계없이 고객에 대한 신뢰를 지켜 나가려는 은행의 노력이 가장 아쉽다고 이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 위치한 글로벌은행이라는 자부심이 컸던 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더 배신감이 들죠. 하지만 제가 소속된 은행이라 차마 회사 바깥의 주변 사람들에게는 차마 피해사실을 아직도 알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반 고객이라고 해도 이렇게 구멍이 뚫린 은행에 다시 내 돈을 맡기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겠죠."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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