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장들 근황을 보니…'야성 기르고', '때를 기다리고' 제각각
홍준표 '당권 도전' 시사…'반문' 세력화 전망
안철수·유승민 2선에서 재기의 때를 기다려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이 형식은 달라도 저마다 정치 활동을 재개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대선에서 패한 후보들은 '정계 은퇴' 선언 또는 일정 기간 동안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며 재기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 패장들은 대선 직후부터 정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SNS 등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도 나타났다.
홍준표 '당권 도전' 시사…당대표 오를 시 '반문(반문재인)' 세력화도 거론
이러한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2위로 낙선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정치 재개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지사는 대선 패배 후 지난달 1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23일 만인 지난 4일 오후 귀국했다.
귀국 현장에서는 정치 행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다가 귀국 다음 날인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패배에 대해 사죄드리고 앞으로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기로 약속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다음달 3일 치러질 예정이며, 새 당 대표는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이끄는 동시에 제1야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당장 홍 전 지사는 전국을 순회하며 이른바 '낙선 인사'를 통해 자신의 정치 복귀를 알리고 당내 지지세력을 모으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전 지사는 대선 과정에서도 '반문(반문재인)' 진영 가운데 보수층 표심에 주력해 활동했던 것을 이어가 앞으로 당권 장악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치 주도권을 쥐고 강한 야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역시 대선 후보들이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홍 전 지사와는 달리 정치 일선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정치권 외곽에서 지지기반을 재정비 하는 등 다음 단계로의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이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전국 각지에서 이어온 '감사 인사' 행보를 최근까지 이어갔다. 이는 전국 지지기반을 재정비하고 대선에서 패배한 당 분위기 수습에도 직간접적으로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 전 대표는 차기 대선에 대한 뜻도 밝힌 바 있다. 선대위 해단식에서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패배의 경험을 대한민국의 미래와 변화를 위한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14일 대선 싱크탱크였던 '전문가 광장'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5년 뒤 제대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결선투표 없이도 50% 이상을 지지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장들 '조기 정치 행보'…정치 일선 공백 우려 및 차기대선 도전준비
국민의당 역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과정이 남아 있는 가운데 안 전 대표가 당대표 도전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하지만 정치행보에 대한 구상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당대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아울러 안 전 대표는 대선 경쟁상대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 운영 방안 등에 있어서는 특별한 언급 없이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달 중순에 열린 당 연찬회에 참석해 "내년 지방선거와 3년 뒤 총선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힘으로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일각에서 요구되는 다른 정당들과의 연대 또는 통합에 대해 일축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것임을 내비친 부분으로 풀이된다.
또한, 유 의원은 이달 26일 선출하는 당 대표직에 나서달라는 요구도 당 안팎에서 받고 있지만 당분간 일선에서 물러나 의원직만 성실히 임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가운데 일자리 창출 부분 등에 있어서는 우려는 나타내고 있지만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처럼 이들 대선 패장들이 형식은 달라도 정치 일선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정치 장악력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경우 일정기간 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어도 따르는 지지세력이 광범위해 '정치 복귀'가 용이했지만 19대 대선 패장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편, 대선 패장들의 정치 무대 복귀가 현재의 '여소야대' 정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당권 장악과 함께 지지기반을 보다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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