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주도권 뺏기는 카드사들
KT '클립카드' 초반 열풍…'삼성페이' 필두로 '애플페이' 연내 상륙
카드사들 "플랫폼에 끌려다니는 시기 도래할지도"…긴장감 팽배
신기술과 인프라로 무장한 간편결제 플랫폼을 둘러싸고 IT와 전자, 통신업계까지 가세한 업권 간 각축전이 뜨거워지면서 결제시장의 선두주자였던 카드사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카드사들은 채널 다변화에 따른 고객 불편 해소 차원에서 서비스 지원에 나서고는 있지만 향후 타 업권에 결제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갈 경우 그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 또한 감돌고 있다.
KT '클립카드' 초반 열풍…'삼성페이' 필두로 '애플페이' 연내 상륙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T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멤버십카드와 선불형 교통카드 등 총 21개의 결제수단을 하나의 실물카드에 담을 수 있도록 개발한 '클립카드'가 지난 13일 출시 반 나절만에 매진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판매가 재개될 예정인 이 카드는 스마트폰 앱 구동이나 운영체제(OS) 등과 관계없이 어디서나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해 1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간편결제 수단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이라는 막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출발한 삼성페이는 어느덧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이 지난 달 국내 간편결제 사용자 추이를 조사한 결과 삼성페이(493만명)가 2위인 연합체인 BC카드 모바일결제 ISP 앱(404만명)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새 운영체제 iOS11 발표와 함께 그동안 폐쇄돼 있던 NFC(근거리 무선통신기술)를 개방한 아이폰 역시 차기 신규 모델인 아이폰8 출시와 함께 올 하반기 국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카드사들 "플랫폼에 끌려다니는 시기 도래할지도"…긴장감 팽배
한편 이처럼 여러 종류의 카드를 한데 모아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들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소비자들은 한결 편해졌지만 이를 지원해야 하는 카드사들의 마음은 마냥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삼성페이 등 타 업권에서 주도하는 플랫폼이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그 위상이 커질수록 카드사들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만약 한 달에 500만명이 사용하는 삼성페이에 우리 회사만 빠진다고 하면 고객들이 얼마나 불편하겠나"라며 "결국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결제채널을 그만큼 축소시키는 셈이고 페이를 쓰려는 사람들은 자사 카드를 점차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에 결제 플랫폼이 대형화 될수록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결제시장을 플랫폼에 넘겨주게 될 경우 현재와 같이 타 업권과의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삼성페이나 이달 초 출시된 LG페이는 카드사들을 상대로 플랫폼만 제공하고 있을 뿐 별다른 이용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유지 및 개발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후 소비자들에게 서비스가 정착되고 나서까지 이에 대한 비용을 온전히 보전해 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실제로 애플페이의 경우 지난해 미국 카드사에 0.15%, 중국 카드사에 0.03%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한편 각 카드사들 역시 이 같은 시장상황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모바일 플랫폼 등을 구축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국내 카드사들 주도 하에 한국형 NFC 결제 규격 개발과 함께 NFC 기능을 추가한 IC카드 단말기 배포사업을 추진해왔으나 당시 모바일카드와 앱카드 진영 간 의견이 엇갈려 흐지부지됐다. 결국 NFC 결제 가맹점은 여전히 5%에 머무르는 등 카드업계가 주도하는 플랫폼 개발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BC카드 디지털사업연구소 관계자는 "향후 몇 년 안에 간편결제 서비스 내 카드사의 점유율 경쟁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카드사가 비카드사 결제사업자와 협업하며 서로의 비즈니스 구조를 보완 및 방어해 나가고 있지만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카드 본연의 상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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