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방미일정 쫓아다닌 'STOP DOG MEAT'
상하원 의회 만남-동포간담회 현장에도 나타나 "개식용 멈춰라"
경호실 "불특정 다수 몰리는 행사장에 주의 필요…충분히 대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따라다닌 건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3박 5일 순방기간 동안 문 대통령이 움직이는 곳곳에 나타난 주인공은 미국 현지에서 개 식용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동물의 마지막 희망(LCA. Last Chance for Animals)'이었다.
이들은 방미 이틀째인 6월 29일(현지시각)에는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렸다. 이날 문 대통령의 상·하원 지도부와 잇따라 간담회를 갖는 일정을 꿰고 있던 이들이다.
이들은 언론의 카메라가 향하는 곳을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문 대통령 차량이 입장하는 순간 "개 식용 반대" 피켓을 앵글에 담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일정인 1일(현지시각) 동포간담회 행사가 열린 워싱턴 캐피탈 힐튼 호텔 앞에도 나타났다. 철창에 갇힌 개들의 사진과 "개 식용은 이제 그만", "STOP DOG MEAT"라는 문구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시위 벌였다. 허리춤까지 머리가 닿는 흰색 개 2마리도 끌고 나왔다.
문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호텔 앞으로 찾아온 50여명의 동포 지지자들 사이에 미묘한 전운이 흘렀다. "대통령님 사랑해요", "촛불대통령 힘내세요", "I♥MOON" 등 응원 문구가 담긴 피켓 사이로 "개 식용 중단!" 팻말이 끼어들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인 동포는 "저렇게 땡볕에 개를 끌고나와서 묶어 두고 있는 게 더 잔인하다"고 쏘아붙였다. 이들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진 않았다.
이들과 함께 문 대통령 일정을 쫓은 또 다른 주인공은 '사드 반대' 시위대였다. 진보단체인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함석헌사상연구회' 등이 주축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일정을 쫓으며 "NO THAAD" 피켓을 들어올렸다.
대통령 동선 '경호상' 비공개 원칙…"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문 대통령의 일정을 그림자처럼 쫓을 수 있었을까.
대통령 일정은 경호상 비공개가 원칙이다. 대통령의 동선이 사전에 공개될 경우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프로야구 시구 일정이 미리 알려져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일정 가운데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비롯해 상하원 의회 지도부와 간담회 등 공식일정은 언론을 통해 미리 알려졌다. 청와대와 출입기자단 사이에 '공개하기로' 조율된 사항이다.
두 일정 모두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보안시설'에서 이뤄지는 만큼 일정이 사전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게 청와대 경호실 입장이다.
다만 동포간담회는 조금 다른 성격이다. 대형 호텔에서 현지 동포 600여명 이상을 초정한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행사였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일정이 사전에 새어나갈 구멍이 많았다. 시간과 장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위대가 나타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는 "요즘은 대통령의 외부 행사나 일정을 SNS를 통해 알려고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는 시대다. 이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며 "다만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행사는 더 집중하고,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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