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들, 일본 대학생들과 '북한인권' 주제로 열띤 토론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주최 '남북청소년 나라사랑 역사원정'
탈북 청년들 "일본, 북한 주민들 인권 문제에 관심 가져주길"
일본 청년: 북한에서 스마트폰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 외국 영화나 라디오를 접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탈북 청년: 접할 수는 있지만 합법적인 것은 아녜요. 북한에서 불법적으로 영상을 보다 걸리면 총살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탈북 청년: 일본인들은 북한의 주민들과 탈북자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
일본 청년: 사실 일본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만 많이 다루지 북한 주민들에 대한 부분들은 잘 모르고 있어요.
탈북 청년들과 일본의 청년들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평소에 가지고 있던 궁금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4일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대표 박광일) 남북 청소년 나라사랑 역사원정대는 일본 도쿄도에 위치한 가쿠슈인대학교(학습원대학교)를 찾아 현지 대학생들과 북한을 주제로 한 자유토론회를 진행했다.
북한인권단체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은 이날부터 29일까지 5박 6일간 국내외에서 '응답하라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남북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역사원정에 나선다. 이번 역사원정은 미래 통일 시대의 주역인 남북의 청소년들이 국내외에 위치한 독립운동의 유적지를 탐방하며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작은 통일'을 실현하고,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배우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됐다.
역사원정대의 첫 일정은 일본 대학생들과의 토론회였다. 이날 오후 카쿠슈인대 중앙탑 국제회의실에는 한국 청년들과 일본 대학생 및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들 대학생들은 토론회에서 북한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 북한 인권에 대해 각각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초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탈북 청년들이 손을 들고 일어나 과거 북한에서의 생활과 북한 주민들의 삶 등 북한 인권과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하자, 일본 대학생들이 평소 탈북자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입국한 20대 탈북민 김성희 씨(여, 가명)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 대해 잘 모르지만 북한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표현의 자유가 많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하지만 북한에서는 주민들을 몹시 통제한다"며 "북한은 독재를 계승하기 위해서 인민들에게 조선중앙TV만 보게 하고 해외 영화나 이런 것들을 보지 못하게 막는다"고 전했다.
그러자 일본 대학생들은 실제 북한 내 정보 통제의 심각성에 대해 질문했다. 가쿠슈인대 법학부 정치학과 4학년생 이나가키 유우 씨는 "북한에서 실제 해외의 정보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고, 이에 탈북민 윤지선 씨(여, 가명)는 "북한은 자신들이 가르치는 것 외에 주민들이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거나 알려고 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해외 영상물을 시청하는 사람들을 엄벌에 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 청년들 일본인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가쿠슈인대 법학부 정치학과 4학년생 사토 주리 씨(여)는 "현재 일본에서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테러·납치·독재·핵개발이라는 네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북송된 재일교포 문제나 탈북자에 대한 문제는 저평가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일본 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북핵 문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필요성, 중국 내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방안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일본 학생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 방안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자료를 전할 수 있다면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변화돼 잘못된 체제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한 탈북 청년의 언급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당초 토론회는 2시간 일정으로 계획됐지만, 토론이 점차 격화되면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늦은 시각까지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이나가키 씨는 "지금까지 탈북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고 무엇보다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탈북민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쿠슈인대 법학부 정치학과 2학년생 키모토 씨는 "솔직히 전에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북한 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탈북 청년 조모 씨는 "일본의 대학생들과 북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며 "앞으로 일본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나라사랑 역사원정대는 25일 일본 내 독립운동 유적지를 탐방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학생들과 두 번째 자유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26일에는 일본 일정을 마무리 한 뒤 귀국해 29일까지 국내 역사 문화 유적지를 방문하는 등 원정 일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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