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정부 100일 플랜]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줄여 임금 나눠먹기"
"직원 감축·폐업으로 일자리 줄어들 것…영세기업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
"상여금 최저임금 산입 포함 등 제도개선 병행해야"
"직원 감축·폐업으로 일자리 줄어들 것…영세기업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
"상여금 최저임금 산입 포함 등 제도개선 병행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첫 발걸음으로 내년 최저임금이 사상 최고액인 1060원 올랐다. 공약 이행 스케줄에 맞추려면 앞으로도 2년간 계속해서 1000원 이상의 인상이 ‘강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내년 적용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행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의 요구안과 사용자 측의 수용능력을 감안해 절충점을 찾는 선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했지만 올해는 기업의 수용능력은 무시된 채 문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스케줄에 맞춰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경제단체들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 직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했다.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을 심각히 악화시키고 일자리에도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상공인 92.4%,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업원 감축 필요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이 계속해서 올라 1만원에 도달할 경우 아르바이트생이 가게 주인보다 더 많은 시급을 벌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나마 이는 적게나마 이익을 낼 수 있는 자영업자에 해당되는 얘기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금 부담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적자 구조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용주가 피고용인보다 돈을 적게 번다면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적자를 낸다면 더더욱 그렇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없애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21일부터 7일간 연합회 회원 및 단체 회원과 일반 소상공인 사업주 등 총 53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2.4%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업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상공인보다 규모가 큰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 계산으로도 월급 150만원에 네 명을 고용하던 업주가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라고 하면 직원을 셋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쉽게 말해 임금으로 지출될 수 있는 돈은 고정돼 있고, 일자리를 줄인 뒤 남은 이가 나간 이들의 임금을 나눠 먹는 식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에 환호하는 젊은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고, 졸업 후에는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그게 바로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미만율 지난해 13.6%…급격한 인상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 커
현 상황에서도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데 최저임금을 더 늘리는 것은 과욕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 즉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1년 4.3%(57만7000명)에서 2016년 13.6%(266만4000명)로 3.2배나 증가했다. 2015년(11.5%)과 비교해도 2.1%포인트나 늘었다.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 상승이 최저임금이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 등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인상됐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은 연평균 8.6%였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율은 이 두 배에 육박하는 16.4%다. 앞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지불능력 한계를 벗어난 영세기업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형적 산정 기준 방치해 연봉 4000만원 이상 고임금자도 최저임금 미달
대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여금은 최저임금으로 계산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산입 방식 때문에 고연봉 근로자들도 시간당 최저임금 규정에 걸려 임금을 더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중공업이다. 이 회사 직원 평균 연봉은 6700만원을 상회하며 신입 직원도 4000만원 이상을 받는다. 하지만 전체 임금의 40% 이상은 상여금(월 급여의 800%를 두 달에 한번씩 100%, 나머지는 명절과 연말에 나눠 지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에 따라 일부 근속기간이 짧은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상여금은 산입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를 비롯한 국내 제조업체들의 상당수가 현대중공업과 유사한 방식의 임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이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무조건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데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이같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상무)은 “현행 최저임금제 산정기준은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합쳐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훨씬 상회하는 임금을 지급받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심지어 대기업 근로자들까지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최저임금제 산정기준에서 배제돼 있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합쳐 실제로 지급하는 임금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선진국과 달리 상여금, 숙식비 등을 빼고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가지고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우리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추가적인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로 인해 상여금 비중이 높은 고임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더 많이 누리는 반면, 지불능력이 열악한 중소·영세기업에서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산입범위 문제가 임금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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