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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뷰] '브이아이피' 또 하나의 신세계 기대하면 낭패


입력 2017.08.19 11:19 수정 2017.08.19 21:42        이한철 기자

장동건·이종석·김명민·박희순, 초호화 캐스팅

이야기 산만, 몰입 어려워…잔혹한 장면 '호불호'

영화 '브이아이피'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동건, 이종석, 김명민, 박희순 등 한국 영화계의 '브이아이피'가 총출동했지만, 기대했던 '신세계'를 찾아볼 순 없었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이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영화다.

'신세계'로 한국형 느와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이어서 언론과 영화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박훈정 감독은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장르영화인 만큼 장르에 충실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이 작품이 또 하나의 웰 메이드 한국형 느와르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전작의 그늘이 너무 큰 것인지, 아니면 욕심이 과했는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실 '브이아이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작품이었기에 기대가 컸다.

한국 최초로 '기획 귀순'을 소재로 하면서 기존 한국 느와르 작품과 차별화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 같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관람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일 수도 있다.

조직 폭력배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데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현실을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김정남 암살 사건 등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은 '브이아이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다.

프롤로그, 용의자, 공방, 북에서 온 귀빈 VIP, 에필로그 등 5가지 챕터로 나눈 독특한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소재와 배경의 특성을 잘 활용한 구성이다. 특히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경찰청 형사 채이도(김명민), 보안성 공작원 리대범(박희순), 북에서 온 VIP 김광일 등 각자의 스토리와 개성을 지닌 인물들을 챕터별로 조명해 4각 대립 관계를 설명한다.

영화 '브이아이피'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주인공 네 배우는 한 장면에 담기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한 순간도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쫀득쫀득하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이 같은 구성 덕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이 '신세계'라는 점이 이번엔 단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128분이란 시간이 길게 느껴질 만큼, 사건 전개에 리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속도, 비슷한 연기 패턴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기억에 남을 만한 임팩트 있는 장면이나 반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극 초반부터 김광일의 범죄 행위가 모두 드러나고 체포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예상되는 한계를 극복할 만한 연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최민식, 황정민, 박성웅처럼 작품 전체의 무게를 지탱해줄 배우들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았다. 김명민, 이종석, 장동건, 박희순 등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만 작품 자체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 캐릭터를 범죄의 희생양으로 삼은 점이나 필요 이상으로 잔혹한 장면이 많았다는 점도 보는 시각에 따라 상당한 거부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브이아이피'는 오는 23일 개봉 예정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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