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야 대출은행이야
올 상반기 예수금 2조2000억원…대출액은 4조8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서민금융기관 취지 무색하게 하는 고금리와 무분별한 대출 관행 개선해야
서민들이 돈을 불릴 수 있는 예‧적금에는 무관심한 저축은행들이 대출 상품 판매에는 열을 올리면서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의 예수금은 2조2000억원 증가한 반면 대출은 두 배 이상인 4조8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신액 증가폭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서민금융 기관인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인 저축성 예‧적금보다는 대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출을 가장 큰 폭으로 늘린 곳은 에스비아이(SBI)저축은행으로 올 상반기에만 4384억원이 증가했다. 이어 오케이(OK)저축은행(3938억원), 페퍼저축은행(2431억원), 유안타저축은행(2125억원) 순이었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의 평균 수신금리는 2% 내외인데 대출은 20%가 훌쩍 넘는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배불리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예금보험공사에서 받은 올해 2분기 저축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계신용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상위 10개사의 평균금리는 24.4%로 법정 최고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환 여력이 부족한 20대와 무직자, 연체율이 높은 자영업자 등에게도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주는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에서 대출 받은 무직자 차주는 2만736명으로 이 가운데 29세 이하가 절반 이상인 1만1262명을 기록했다. 이들의 대출액은 전체의 64%인 506억1600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내년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저축은행들이 전체 대출에서 고금리 비중을 높이고 있어 서민들의 어깨는 보다 무거워질 전망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저축은행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대출 측면에서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기업과 중소서민들의 상환 능력을 평가해 신용대출을 늘리는 관계형 금융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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