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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문턱만 높인 '100% 청약가점제'...무엇을 위한?


입력 2017.11.01 06:00 수정 2017.11.01 05:55        권이상 기자

100% 청약가점제 첫 적용단지 '래미안 루센티아' 평균 60점 달해

가점제로 특별공급 청약자들 늘고, 경쟁률도 높아져

업계 "청약시장 열기 잠재우기에는 역부족, 추가 방안 필요해"

평균 청약가점이 올라 신혼부부 등 무주택서민들의 청약 장벽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래미안 DMC 루센티아 견본주택 모습. ⓒ삼성물산


정부가 청약열기를 식히겠다는 의도로 도입한 '100% 청약가점제'가 시행 한달이 넘었지만, 시장엔 약발이 듣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평균 청약가점이 올라 신혼부부 등 무주택서민들의 청약 장벽만 높아졌다. 이에 따른 특별공급 쏠림 현상과 입지별 서열화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보완책을 내놓으며 분양시장의 과열 양상을 잠재우려 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지난달 20일부터 투기과열지구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청약에선 추첨 없이 100% 가점 순서대로 당첨자를 선정하도록 했다.

31일 금융결제원와 부동산시장 업계에 따르면 신규분양시장의 청약 열기는 대책 발표 이후에 열기가 뜨겁다. 특히 청약가점제 강화로 신규분양 아파트의 경쟁률이 낮아질 것이란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

실제 100% 가점제 적용 첫 단지인 서울시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래미안 루센티아'는 지난 18일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최고 경쟁률 32.91대 1, 평균 경쟁률 15.07대 1을 기록했다.

특히 특별공급 물량의 84%가 소진됐다. 49가구로 특별공급 중 가장 많이 할당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100% 가점제' 적용 영향으로 모든 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전용면적 59㎡는 6가구 모집에 28명이 지원해 약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전용 84㎡의 5개 타입도 각각 2~3대 1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100% 청약가점제 이전 강남 ‘신반포센트럴자이’와 ‘래미안강남포레스트’처럼 특별공급 전체 물량이 100% 소진되지 못했지만, 공급 물량을 감안하면 특별공급 대부분이 소진되는 것은 흔한일이 아니다.

청약가점도 상당히 높았다. 이 아파트의 평균 당첨점수는 60점으로 나타났다. 청약 경쟁률 29.6대 1로 마감된 전용 59㎡형의 경우 평균 당첨점수가 60점으로 집계됐다. 최저 55점, 최고 69점이었다.

84A㎡형의 평균 가점은 59.94점, 최저점은 54점, 최고점은 69점이었다.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았던 84C㎡형은 평균 59.9점, 최저 54점, 최고 74점이었다.

이는 청약제도가 바뀌기 전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DMC에코자이’의 전용 59㎡ 기준 평균점수인 58.5점과 비교하면 ‘래미안 DMC 루센티아’의 당첨자 가점이 더 높은 셈이다.

청약가점제는 84점이 만점이며 부양가족 수(35점),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기준으로 항목별 점수를 더해 나온다. 여기에 부양가족은 1인당 5점씩 가장 높은 점수가 가산되며,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씩, 청약통장은 가입 직후 2점이 가산된 이후 1년마다 1점씩 오른다.

전용 59㎡의 기준으로 담청 확률 안정권인 청약가점 70점을 받으려면 40대 가장이 청약통장 가입기간 10년(12점) 후 13년 동안 무주택자(28점)로 살면서 6인 가족(1인당 5점씩 30점)이 함께 살아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무주택기간은 만 30세 이상부터 적용돼 20~30대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이처럼 서울에서는 '100% 청약가점제'가 도입된 이후 특별공급 수요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젊은 층의 경우 당첨 확률이 적은 일반 청약 보다는 청약 가점이 낮아도 유리한 특별공급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는 이번 청약가점제 100% 시행으로 무주택자나 다자녀가구 등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유리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막상 청약결과를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특히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1주택자 등은 입지 좋은 곳에 당첨 받기 힘든 시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등 주요 도시에 중소형 면적에 대해 청약가점제 100% 적용이 시작됐지만, 청약경쟁률엔 큰 변화가 없어 정부의 청약 규제가 크게 먹혀들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며 ”정부가 추가 보완책을 통해 분양시장의 과열 양상을 잠재울지 혹은 방치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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