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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실명제 스타트...규제 효과 ‘동상이몽’


입력 2018.01.30 06:00 수정 2018.01.30 06:09        배근미 기자

"불법 거래 근절에 초점" 금융당국, 은행 앞세울 뿐 존재 불인정

화폐 거래소 등 업계 "시장도 곧 안정화… 입법화 급류 계기될 것"

그동안 잠정 중단됐던 가상화폐 신규계좌 발급이 30일부터 재개된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투기성 거래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이번 실명제를 계기로 과도한 가상화폐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반면, 업계는 이같은 조치를 발판으로 향후 입법 등 본격적인 제도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일리안

잠정 중단됐던 가상화폐 신규계좌 발급이 오늘부터 재개된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투기성 거래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번 실명제를 계기로 자금세탁 감시와 불법 거래를 근절할 뿐 제도권 진입에 거리를 두고 있는 반면, 업계는 이번 조치를 발판으로 향후 입법 등 본격적인 제도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실명확인을 거친 계좌를 대상으로만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전면 시행한다. 기존에 이용하던 가상계좌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는 대신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 계약이 체결된 시중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은행에 기존 본인 계좌가 있다면 온라인을 통해 실명확인 및 계좌 등록이 가능하다.

당국은 이번 규제 과정에서 은행들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제도권 진입에 있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대응에 관한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해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흡수해 규제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최흥식 금감원장 역시 "(가상화폐에 대해)과세를 한다고 하더라도 제도권으로 편입하거나 인정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도박장에서도 소득이 나오면 세금을 내지 않나. 결국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가상화폐 투기 열품에 따른 가치 등락폭이 워낙 큰 데다, 돈 세탁 및 거래소 해킹 등 부실 위험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자기 책임 하에 계약관리를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거래 대상을 선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직접 컨트롤이 어려운 가상화폐 거래소들 대신 은행에 대한 규제와 강도높은 관리를 통해 가상화폐 시장을 틀어막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은행권을 향한 당국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가상화폐 관련 금융부문 대책 발표 당시 “규제를 다 지킬 수 있다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는) 은행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앞으로 이어질 상시점검에서 내부통제 미비 등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엄격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서비스 구축을 마무리한 6개 은행들(농협·기업·신한·국민·하나·광주) 역시 가상화폐 거래 목적의 신규계좌 개설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고 거래목적 확인 절차를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지침을 전 점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30일 가상거래 실명제가 실시되더라도 당분간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은 요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홈페이지 공지문 ⓒ빗썸

이러한 가운데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기존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에 대한 사전 안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 및 신한은행과 거래 중인 빗썸의 경우 1차적으로 기존 가상계좌 보유 회원들을 대상으로 계좌를 우선 배분한 뒤 추후 전체 회원에 대한 실명확인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른 혼란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300만명에 이르는 가상화폐 거래자들의 은행 계좌 신설 요청이 한데 몰리면서 실명거래 전환에만 수 주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다 그동안 벌집계좌를 통해 운영하던 신규 중·소형 거래소들 역시 시중은행들과의 계약 성사가 쉽지 않아 이용자들의 피해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업계 측은 지금 당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정부의 이번 규제 강화가 중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 거래 제도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 실명제 등을 통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기존 금융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로 확대하는 방안 역시 결국 시장의 신뢰로 귀결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현기 블록체인협회 사무국장은 "금융당국이 은행 자율에 맞기겠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은행 역시 이같은 정부 방침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 과도한 은행권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기 안에 자율규제위원회 자금세탁이나 KYC(실명확인)인증 등을 내부적으로 강력하게 제정해 가상계좌 발급에 따른 은행권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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