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중성과 아직 안보여…평창외교, 또다른 고비
진퇴양난 북중관계, 계기만 마련되면 언제든지 회복가능
文대통령 방중성과 아직 안보여…평창외교, 또다른 고비
진퇴양난 북중관계, 계기만 마련되면 언제든지 회복가능
한반도 운명을 논할 때 중국은 빠질 수 없는 나라다. 고조선부터 한반도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발휘한 중국은 오늘날 북핵 위기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나설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관계 및 중국 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줄곧 망각한다고 지적한다. “국익 중심의 외교보다 사회주의 국가 간 유대가 더 강력하다”는 그의 지적은 위기의 한반도 정세에서 중국이 언제든지 북한에 손을 내밀 수 있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었다.
“북중관계, 언제든지 회복 가능”
오늘의 북중 관계를 묻는 질문에 주 교수는 ‘진퇴양난’ 이라고 정의했다. 북한의 핵 개발과 무력 도발이 계속되면서 중국은 북한을 편들고 싶어도 들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통제를 거절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비핵화 압박을 가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주 교수는 그러면서도 “지금의 북중 관계 악화는 단지 상대적인 차원에서 악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한번 관계 복원의 계기가 형성되면 북중 관계는 언제든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본적으로 친북적인 스탠스를 갖고 있는데다, 미국과 대립구도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고 핵무력 실전배치가 공식화되는 순간 중국의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고 예고한다. 북한의 핵무력을 돌이킬 수 없는 이상, 먼저 손을 내밀어 협력적인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국의 안보 차원에서 이득인 탓이다.
그는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북한이 향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나올지 알 수 없다”며 “만약 북한이 중국을 적대시하고 미국·일본과 협상하는 태도로 나오면 한반도에 공격형 핵무기와 핵 방어용 사드가 동시에 있고 후방에는 일본까지 버티는, 그야말로 중국 입장에서는 뒷목을 잡을 사태가 펼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시도할 때 중국이 말리고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주변국들의 안정적인 정세를 바라는데다 핵을 보유한 나라 간의 전쟁은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중국·소련이 핵무기를 둘러싸고 충돌 위기를 빚을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만약 미국이 선제타격을 한다고 할 때 중국이 말리고 나서면 그것은 북한이 이미 핵무력 실전배치를 마쳤고 중국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말리지 않는다면 북한 핵의 실전배치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은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중국의 반응만 유심히 살펴도 북한 전력 상태를 엿볼 수 있다는 의미다.
“文대통령 방중 성과 아직도 안보여”
정부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교수는 문 대통령의 방중동안 중국의 홀대는 명백했고 지금도 냉기류는 계속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말 중국이 제재를 풀었으면 중국인 몇천명을 태운 페리가 왔다 갔다 야단법석이 나야 한다”고 지적한 주 교수는 “최근에 보인 교류 재개 움직임은 순전히 개인적·지방 차원에 불과하며 대대적인 재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숨통을 조이는 손을 멈췄지만 완전히 푼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한중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외교적 수사에서 ‘적절한 해결’은 쌍방이 이견이 없을 정도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 교수는 “앞으로 북핵 위협이 계속되면서 미국은 한반도 전략자산 배치를 강화하려 할 것이고 우리는 이를 거절할 명분이 없다”며 “이를 싫어하는 중국과는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관계 화해 분위기에도 중국은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주 교수는 “중국이 이번 남북 화해무드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개막식에 상무위원 중 제일 말단인 한정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성의표시를 하거나 올림픽 평화 구상에 참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서열 2위의 리커창 총리 정도가 와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한으로 우리 외교는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사드 갈등에서 드러났듯이 중국은 한미일 군사적 협력에 민감하게 반응해왔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한정 상무위원은 올림픽동안 한미일 3국 지도자의 움직임을 감시하러 온 셈”이라며 “한미일이 군사협력 강화를 협의한다거나 일본의 한미연합훈련 옵저버 등이 결정되면 중국은 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교수는 우리 정부의 외교가 눈앞에 닥친 상황만을 해결하는데 급급한 ‘사후외교’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석을 두고 몇 수 앞서 나가는 외교를 펼치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에서 양쪽과 모두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정권이 사전외교 측면에서 고단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각계의 평가는 한국 외교에 더욱 경각심을 가지게 만든다.
“사드 사태처럼 일을 다 벌인 다음에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냐”고 반문한 주 교수는 “중국은 현재 한국의 입장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듣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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