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가격 수억원씩 '뚝'…호가 거품 터지나
대출 규제와 양도세중과 맞물리며 강남 재건축 24주만에 하락세로 전환
대치동 은마, 반포주공 1억원 정도 빠졌지만, 매수세 붙지 않아
지난해만해도 매주 수천만원씩 오르던 서울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부분 최소 몇천만원씩 시세가 조정됐고, 일부 단지에서는 최고 수억원씩 호가가 빠진 아파트도 등장했다.
이는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 폭격과 4월 시행 앞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급매로 물건을 내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장에서 매수세는 이미 실종된 상태로 매물 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에 따른 재건축 추진 이슈로 몇억원씩 붙었던 거품이 꺼지는 것으로, 조정 후 당분간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일 부동산114와 업계에 따르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의 호가가 내림세를 나타냈다.
실제 3월 둘째 주(9일 기준) 강남구 재건축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4%를 기록했다.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전주와 비교해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무려 24주만이다.
지난해 8월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인 9월 둘째 주 -0.03%을 기록한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줄곧 상승세를 달려왔다.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 역시 전주(0.25%)보다 0.12%포인트 낮아진 0.13%를 나타냈다. 이에 서울 전체 재건축 가격 상승률도 0.11%를 기록해 전주(0.22%)보다 0.11%포인트 빠졌다.
실제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조사를 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평균 시세가 15억352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는 불과 지난 1월 말 실거래가 기준 16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으로, 무려 8000만원 가까이 호가가 내려가 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용 72㎡의 호가는 한 달 전만 해도 19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억원 넘게 내려 17억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한 매물이 나왔다
또 지난 5일부터 이주비 신청 및 신탁등기 접수를 시작한 개포주공1단지는 전용 47㎡ 기준으로 가장 최근인 2월 초 실거래가(16억7000만원)에 비해 8000만원이나 낮은 매물이 나왔다. 1월 말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 하락에 이어 실거래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일부 조합원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며 “호가 하락세에도 매수세가 붙지 않아 당분간 시세 조정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하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대출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오는 4월 양도세 중과를 앞둔 상황에서 매물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 기준을 피하기 위해 이달말까지 잔금 지급 완료를 해야해 중순 이후 호가를 크게 내린 매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서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일부 재건축 매물을 소유하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으면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재건축은 하락세를 보이고, 그 후에는 버티기 매물이 자리잡아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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