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정비사업 '삼일천하'...건설사들은 계속 저울질
신탁방식 대부분이 시공사 선정 전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
조합원들과의 이견차와 해당 구청 관리처분인가 지연 등이 걸림돌
지난해 속도전에 들어갔던 정비사업 시장에서 유행한 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며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던 곳들 대부분이 시공사 선정 전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시공사 선정 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단 1곳이고, 나머지 곳들은 관리처분인가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 단지들은 신탁방식을 두고 조합원들과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지연이 불가피 하고, 해당 구청의 관리처분인가 지연 등이 걸림돌이 되는 단지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해의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선 것이라면 현재는 사업의 안정성과 투명성, 조합원 이익 등이 우선이라며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다소 느리더라도 사업이 멈추지 않고 천천히 차질이 없도록 진행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부동산 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금융비용 조달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사업 전반을 이끄는 형태를 말한다. 특히 조합방식보다 사업을 투명하고 안정적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도시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탁방식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신탁방식 재건축 추진 단지로 꼽히는 곳은 대부분 여의도 일대에 포진돼 있다.
이곳에서 신탁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단지는 시범아파트, 한양아파트, 대교 아파트, 공작 아파트, 수정 아파트, 광장 아파트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곳은 공작아파트다. 현재 이곳은 지난달 말 최고 49층 높이의 주상복합으로 탈바꿈하는 정비계획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 안건 상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아직 서울시 심의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시범아파트는 지난달 말 주민공람을 진행해 올 상반기 내 도계위 심의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이달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대교아파트 역시 14일까지 주민공람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탁방식으로 추진 중인 여의도 재건축은 지난해 서울시 조례가 바뀌면서 사업 속도를 내지 못했다. 서울시는 주상복합 건립시 전체 건축물 연면적의 30%를 비주거용 시설로 짓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정아파트와 광장아파트 등은 조합원들 간의 이견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신탁방식 재건축으로 사업을 진행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건설사들이 조합보다 신탁사를 상대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신탁방식으로 빠르게 사업을 추진 곳은 대전 용운주공 재건축(e편한세상 대전에코포레)이다. 이곳은 전국 최초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정비사업비를 대출받아 사업이 진행중이다.
시공사는 고려개발로 지난해 말 분양을 마치고 오는 2020년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대전 문화2구역과 부산 범일3구역은 신탁사가 한국토지신탁으로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인천 주안동 우진아파트 재건축은 코람코자산신탁이 사업대행자로 선정돼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진행중이다.
SK건설이 시공사로 각각 선정된 인천 학익1구역 재개발 사업도 순항중이다.
시공사 선정 이후 건축심의를 받았고, 이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내년에 이주·철거·착공(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길10재정비촉진구역(남서울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시행자이며, 곧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4일 마감된 입찰에는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이 입찰에 참여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탁 방식이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고, 사업이 마무리된 선례가 없어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고 분석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신탁사들이 정부와 조합원들의 눈치를 보다보이 사업 추진이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깊어질 수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신탁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