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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패션법인 일원화…신세계·현대 이은 '패션공룡' 될까


입력 2018.04.06 06:00 수정 2018.04.06 06:05        손현진 기자

롯데 패션전문 계열사 'NCF' 내달 출범…"패션사업 본격 강화" 공언

히트 브랜드 없어 '비약적 성장' 전망은 낮아…사업간 시너지 효과가 관건

롯데가 복수의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패션사업을 통합하면서 이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채비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롯데백화점

롯데가 복수의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패션사업을 통합하면서 이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채비에 나섰다. 신세계·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의 패션 계열사와는 현재 큰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롯데 계열사 간 시너지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패션계열사 NCF(엔씨에프)를 중심으로 그룹내 패션사업을 일원화한다. 롯데쇼핑은 해외 수입브랜드 사업을 진행하던 GF(글로벌패션) 사업부를 내달 분사해 여성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NCF와 통합, 패션전문 계열사로 출범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GF 사업부를 6월 1일자로 NCF에 양도한다. 롯데쇼핑이 99.8% 지분을 갖고 있는 NCF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524억원을 마련해 273억원은 GF부문 브랜드 및 인력 인수에, 251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패션사업 역량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NCF에 패션사업 부문을 양도했다"며 "백화점 내 편집숍 등은 별도로 백화점이 운영한다"고 말했다.

NCF는 2010년 롯데에 인수된 패션전문업체다. 경영 성과와 브랜드 가치 등을 인정 받아 당시 김교영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전원이 그대로 고용 승계된 바 있다. 이번에도 설풍진 현 NCF 대표가 통합 계열사 대표 자리에 올랐으며, 롯데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방식도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롯데의 패션사업을 총괄 담당하게 된 NCF가 단기간에 패션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좋지 않다. 국내 패션 대형사들과 체급차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지난해 패션사업으로 올린 매출은 2000억원대로 추산되며, NCF 매출도 889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세일 기간 롯데백화점을 찾은 고객들. (자료사진) ⓒ롯데백화점

지난해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의 매출을 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1조7490억원을, LF가 1조6002억원을 거뒀다. 이어 현대백화점의 한섬이 지난해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를 인수하면서 1조22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신세계그룹의 패션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은 1조1025억원에 이른다.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인지도 높은 주력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는 이와 달리 패션 매출을 힘있게 끌어줄 브랜드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수입브랜드인 훌라와 빔바이롤라, 타라자몽과 여성복 티렌, 나이스클랍, 남성복 PB(자체 브랜드) 헤르본 등을 운영 중이다. 롯데가 NCF를 인수할 당시 "2018년까지 매출 3조원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마저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

다만 앞서 신세계와 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이 인수한 의류사업들이 실적 개선에 성공했던 전례를 본다면, 롯데 역시 패션사업을 통합하면서 수년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여성복 브랜드 톰보이는 실적 악화가 이어져 2010년 부도 처리됐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인수된 이후 매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는 국내 매출 1100억원을 기록하면서 '보브'와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양대 메가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신세계 측이 축적해온 패션사업 역량을 지속 투입하면서 가격과 디자인 경쟁력을 높여온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한섬 잡화 브랜드 '덱케'가 작년 9월에 열렸던 런던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현대백화점

2012년 현대백화점 계열로 편입된 한섬도 당초 5000억원대 매출이 인수 초기 2년간은 4000억원대로 내려앉으며 역성장을 겪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신규 지점 오픈에 발맞춰 오프라인 매장을 크게 늘렸고, 덱케와 랑방액세서리, 더캐시미어 등 새로운 브랜드를 연속으로 선보이면서 실적 반등을 이뤘다. 지난해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부까지 인수해 성장 동력원을 추가 확보했다.

NCF가 국내 패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롯데가 자본력과 유통망을 무기로 사업 시너지를 높여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NCF가 유명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전략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패션기업 관계자는 "국내 패션시장이 어려워 어떤 패션업체도 큰 폭의 성장을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롯데가 온·오프라인 유통망과 브랜드 전략간 시너지를 높이는 노력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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