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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지리산 산책 ⑥] 춤추는 섬진강물


입력 2018.05.19 12:58 수정 2018.05.31 10:10        조동석 기자 (dscho@dailian.co.kr)

들여다본다.

사진은 사진기에 딸린 창, 뷰파인더를 통해 저쪽, 세상을 들여다 보는 겁니다.

사진기로 본다는 것은 대상에 대해 인식, 생각하는 겁니다. 사진가들은 각기 살아오면서 보고 배우고 생각한 걸 마음에 품고 대상을 향합니다. 사진기에 손가락 끝을 연결하여 결정적 순간이든 격정적 순간이든, 그 순간을 저장장치에 담아냅니다. 저도 여태 그래왔지만 이번 촬영은 조금 다릅니다.


섬진강 어느 한 쪽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

물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물이 아니라 물의 움직임에 따라 춤을 추는 빛을 봅니다. 파도치는 물이 빛을 뿜기도 하고 날려 보내기도 하고, 산산이 흩뿌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쭈그리고 앉아 그저 사진기에 연결된 손가락 끝만 바삐 움직였습니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순간을 사진기가 스스로 잡아챘습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예상할 수 없는 아주 묘한 순간입니다. 이 순간은 제 인식, 제 생각이 들어간 게 아니라 그냥 어떤 느낌만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낯선 경험입니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낯선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익숙한 곳에서 자주 먹던 음식을 먹고, 아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익숙한 생활’에 빠져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게으름이 익숙함에 빠져들게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익숙함을 내치고 낯섦을 향해 과감하게 몸을 던지면 매 순간 새로운 차원의 삶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시도로도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강인데 강은 없고, 물인데 물은 없다. 물이며 빛이고 빛이며 물이다. 경계가 사라집니다.


이창수 사진작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샘이깊은물, 국민일보, 월간중앙에서 16년동안 사진기자를 지냈다. 2000년 지리산 자락인 하동군 악양골 노전마을에 정착했고, 자연과 시대의 삶을 진정한 마음으로 드러내려는 사진을 즐기며 걷는 사람이다.

히말라야 14좌의 베이스캠프까지 길을 걸으며 히말라야와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 지리산학교 선생, 국립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외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동석 기자 (dsc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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