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 차단…은행 입사시험 어려워진다
KB국민은행, NCS 직업기초능력시험 도입 검토…신한·우리 상반기부터 시행
공정성 강화 차원 고시 수준 격상, "부담만 커졌다" 취준생 어려움 토로
올해 '채용비리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주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입사시험 절차를 강화하고 나섰다. 한동안 실시하지 않았던 필기시험을 잇따라 부활시키는가 하면 대기업에서 실시하는 직무적합도 면접을 도입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논술·경제경영·시사상식 등으로 구성했던 필기시험과 함께 채용 공정성 강화를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업기초능력시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필기시험 실시를 위한 제반 준비가 끝나는대로 이르면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부터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필기시험과 직무적합도 면접을 부활시켰다. 시험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업기초능력 평가와 금융·경제상식 등 130문항이 객관식과 단답형으로 구성됐다.
우리은행 역시 올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에 필기시험을 실시했다. 경제, IT, 시사상식 90문항을 90분, 적성검사, 언어, 수리, 추리 등 100문항을 120분에 걸쳐 치르도록 했다.
시중은행 측은 필기시험 부활과 난이도 상승이 채용 공정성 확대를 위한 방안이라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채용 모범규준을 마련한 가운데 채용비리 의혹을 원천 봉쇄시키겠다는 경영진의 의중이 조기에 적극 반영됐다.
하지만 필기시험이 공정성 도입 방안이라는 데 대해 취업준비생들의 의견은 갈렸다.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이 모씨는 “어차피 면접 전형이 있는데 공정성이 얼마나 보장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올 1월 신한은행에 입사한 강 모씨는 “시험점수는 객관적 지표 인만큼 채용비리가 어느 정도 잡힐 것 같다”며 “단 시험결과를 공무원 시험처럼 공개해야 공정할 것”이라 강조했다.
어려워진 은행 입사시험이 취업 희망자들의 부담만 키운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취준생 김 모씨는 “지난해까지 실시했던 입사 전형을 참고해 준비했는데 틀이 크게 바뀌면서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적으로 IT 과목은 생소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 달 우리은행에 최종 합격한 양 모 씨는 “필기시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합격 통보를 받기 전까지 조마조마했다”며 “이번에 새로 도입된 형식이라 정보가 아예 없어서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한편 올 하반기 4대 시중은행 채용 규모는 상당 폭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금융권이 추산하는 올 하반기 신입 공채 채용규모는 ▲KB국민은행 600명 ▲신한은행 450명 ▲우리은행 550명 ▲KEB하나은행 최대 500명 등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채용인원인 250명의 2배를 선발하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보다 각각 100명, 116명을 더 뽑는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 채용인원은 예년보다 466명(28.5%)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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