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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지리산 산책⑫] 살아있는 박물관 대축마을 방앗간 24시


입력 2018.07.11 17:41 수정 2018.07.12 21: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오래된 마을에서 사는 것은 앞서 산 사람들의 손길을 보고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악양 마을은 지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어 동네 앞이 박물관이고, 논두렁 옆길이 박물관입니다.


대축마을 방앗간이 바로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과거의 시간이 쌓여 지금도 현재형으로, 미래의 진행형으로 대축 방앗간은 오늘도 바삐 돌아가고 있습니다. 피댓줄 돌아가는 소리에 이끌려 방앗간에 들어갔습니다. 어슬렁거리며 사진 찍고 돌아다니는 이방인은 불청객이었습니다. 바쁜 주인 아저씨 눈치 봐가며 말을 붙였습니다.


“이 방앗간은 언제 지어졌어요?” “나락 한 가마니 찧으면 얼마 받아요?” “요즘 하루에 나락은 얼마나 찧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동일했습니다. “그건 왜 묻소” 입니다. 경상도 사나이의 말없는 무뚝뚝함 그대로입니다. 괜히 더 말을 붙였다가 쫓겨날 수도 있겠다 싶어 조용히 비켜섰습니다. 표정 변화 하나도 없는 무뚝뚝함이 지금껏 방앗간을 돌릴 수 있는 힘이었나 봅니다.

주인아저씨는 포기하고 나락 찧고 나가는 동네 아저씨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나락 찧는 데는 얼마 내요?”

“모르겠는데요. 돈을 내는 게 아니고 쌀을 찧고 나면 주인아저씨가 그 중 일부를 가져가는데 얼마나 가져가는지는 나도 잘 몰라요.” 대축 방앗간 안은 이런 세상입니다.


품삯에 대해 이야기도 않고 그냥 일하고, 그리곤 주인이 알아서 품삯으로 쌀의 일부를 떼어가니 주인 아저씨는 무뚝뚝한 사나이가 맞습니다. 그런 주인아저씨 덕분에 21세기에 ‘19세기 방앗간’ 처럼 보이는 대축방앗간이 지금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축 방앗간에서 저는 이방인이고 참새는 터줏대감입니다. 자세히 보니 제일 바쁜 건 주인아저씨가 아니라 참새였습니다. ‘참새와 방앗간’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이창수 작가는 이달 20일부터 8월12일까지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때문에 ‘이창수의 지리산 산책’ 연재를 중단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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