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부동산 조세부담 어떨까…美‧英 “보유세 무겁지만 거래세 부담 적어”

우리나라 취득세‧양도세 OECD 평균 比 각각 5배, 7배 이상 높아

“장기적 관점서 취득세‧양도세 낮춰야 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우리나라 GDP 대비 취득세와 양도세는 OECD 평균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오는 25일 내년도 세법개정안 발표를 통해 종부세 개편안이 확정된다. 이처럼 종부세 개편을 통한 보유세 인상을 두고, 부동산을 사고 팔 때 내는 거래세(취득세‧양도세) 부담이 높은 상태에서 보유세 부담까지 가중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OECD 주요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보유세 비중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종부세 인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보유세 비중이 높은 만큼 거래세 부담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OECD 세수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취득세, 양도세 비중 OECD 전체평균은 ▲보유세 1.1% ▲취득세 0.4% ▲양도세 0.4% 등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보유세 0.8% ▲취득세 2.0% ▲양도세 3.0% 등으로 보유세는 전체평균보다 0.3%포인트 낮다. 반면 취득세는 5배, 양도세는 7.5배 높다. 더구나 이 통계는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올해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기 때문에 현재 양도세 비중은 더 높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OECD 주요 선진국들은 어떨까.

미국은 ▲보유세 2.5% ▲취득세 0.0% ▲양도세 0.9% 등이다. 보유세는 전체평균보다 2배 이상 높지만, 양도세는 0.5%포인트 높은 데 그쳤다. 0.0%인 취득세는 매우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유세는 높지만, 거래세는 낮춰줌으로써 상대적으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부담이 적은 조세환경인 셈이다.

박진백 한국감정원 책임연구원은 “OECD 세수통계에서 미국의 GDP 대비 취득세 비중이 0.0%인 것은 취득세가 아예 없다기 보단,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유세 비중은 3.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지만, 취득세(0.7%)와 양도세(0.9%)는 전체평균보다 약간 높거나 오히려 낮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보유세, 취득세, 양도세 중 보유세에 대한 조세부담이 가장 무겁다. ▲보유세 1.9% ▲취득세 0.3% ▲양도세 0.0% 등이다.

독일은 ▲보유세 0.4% ▲취득세 0.4% ▲양도세 0.0% 등으로 전반적인 부동산 관련 조세부담이 높지 않은 분위기다.

박진백 연구원은 “국가마다 부동산에 대한 분위기나 정책 등이 다르겠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그나마 가장 적합한 기준이 OECD 통계가 된다”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보유세 부담은 무겁지만 거래세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모양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도 보유세 부담은 높이되, 취득세나 양도세 부담은 낮출 필요가 있다”며 “다만 지방세에서 취득세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줄일 경우 지방자치 재정의 자주권이 위협을 받게 되고, 양도세 중과를 시행한 지 약 넉달밖에 되지 않아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지금 당장 양도세율을 낮추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