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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난 정동영…"나를 따르라" 통할까


입력 2018.08.07 05:00 수정 2018.08.07 06:02        정도원 기자

정동영 대표, 첫날 '희망버스' 한진중 현장최고위로 시작

文대통령 통화 공개, 朴시장 옥탑방 방문… '공중전' 병행

비주류 '현장행보' 동참했지만… 박지원 "좀 더 주시해야"

정동영 대표, 첫날 '희망버스' 한진중 현장최고위로 시작
봉하마을 거쳐 상경… 쌍용차 분향소 조문까지 '숨가쁜 첫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씨 분향소를 방문해 묵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첫날 '현장 행보'로 지상전과 함께 노련한 공중전을 펼치며 여론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준비된 당대표'마냥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나를 따르라"가 구성원들에게 통할지가 관심사다.

정 대표는 6일 오전 부산 한진중공업 현장최고위원회의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한진가족대책위 관계자들과 오찬을 가진 뒤, 인근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저녁에는 상경해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시민분향소에 조문까지 마쳤다. 첫날부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현장으로 가겠다. 힘없는 사람의 편에 서겠다"는 자신의 말이 헛말이 아니라는 듯, 정 대표는 쌍용차 시민분향소에서 헌화·묵념한 뒤, 겉옷을 벗고 팔을 걷어부친 채 돗자리 위에 주저앉아 김득중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40분 이상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이충현 용산참사가족대책위원장도 함께 했다.

정 대표는 40여 분 내내 주로 김 지부장, 이 위원장의 말을 경청했다. 시종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들었으며, 간간히 물을 마시는 외에 자신의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대중정치인의 현장행보와는 온도차가 느껴졌다.

文대통령 통화 공개, 朴시장 옥탑방 방문… '공중전' 병행

그렇다고 정 대표가 '지상전'으로 일관한 것만은 아니었다. 노련한 '공중전' 또한 병행됐다.

정 대표는 현장행보 도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은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통화는 5분 정도였지만, 청와대보다 앞서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 대표와 문 대통령 간의 통화는 선거제도 개혁, 협치내각, 개혁입법연대 등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날 저녁에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옥탑방'을 찾아 비공개로 환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 박 시장 등을 활용해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노련한 '공중전'을 펼친 것이다.

거침없는 첫날 행보는 역설적으로 그가 얼마나 당대표직에 목말라 있었는지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동영 대표가 지난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냈지만, 당시의 '정동영'과 지금의 '정동영'은 전혀 다른 정치인"이라며 "대중정치인에서 이념적 정치인이 된 뒤 처음 맡는 원내정당 대표라, 하고 싶었던 것을 '물만난 고기'처럼 다 하고 싶을 것"이라고 평했다.

비주류 '현장행보' 동참했지만… 박지원 "좀 더 주시해야"

이제 관건은 내달리는 정 대표를 17명 의원을 포함하는 평화당 구성원들이 얼마나 잘 따라오느냐다.

8·5 전당대회까지 극심했던 평화당내 DY(정동영)계·비DY계 반목은 이날 정 대표의 현장 일정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비주류 유성엽·최경환 최고위원은 부산 현장최고위에 동행해, 모두발언에서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이들은 봉하마을 참배 일정까지 동행한 뒤 빠졌다. 역시 비주류로 분류되는 양미강 최고위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 대표의 곁을 지켰다. 오히려 주류인 민영삼 최고위원이 방송 관계로 이날 일정에 동참하지 못했다.

일단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 없이 정 대표의 행보를 존중하는 분위기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낙관론과 신중론이 혼재하고 있다.

정 대표측 관계자는 이날 "박지원 대표의 말대로, 전당대회 때는 경쟁을 심하게 하지만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그냥 다 잘 승화되고 포용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당사자인 박지원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 의원들의 성향이 중도개혁이기 때문에,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간다는 정동영 대표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당내 문제가 좀 부각될 것"이라며 "정 대표가 어떠한 방향으로 당을 이끌고 갈지는 조금 더 주시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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