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
"미그로스의 투자 제안, 처음엔 거절…향후 판로 확대 시너지 낼 것"
"고운세상코스메틱의 경영철학은 피부과학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피부건강에 도움을 주자는 것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고, 성장을 생각하는 화장품 회사에 그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피부건강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피부과학 회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글로벌 공룡기업과 한국 화장품 기업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소식이 잇따랐다. 지난달 스위스 최대 유통기업인 미그로스그룹에 지분 51%를 300억원대에 매각하는 계약을 성사시킨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도 그 주인공 중 하나다. 더마코스메틱 '닥터지(DR.G)'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진심을 담은 '피부과학 솔루션'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미그로스 측이 지분 매각을 제안한 것은 작년 말이었다. 당초 안 대표는 회사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했지만, 미그로스 측이 논의를 다시 해보자고 나서면서 점차 생각을 바꾸게 됐다.
안 대표는 "미그로스그룹이 매출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지향점과 맞다고 판단해 이번 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화장품 사업을 관통하는 단어는 '진정성'이다. 그는 어린시절 심한 화상을 입었던 경험 때문에 피부고민을 겪고 있는 사람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고 전한다. 스스로가 직접 아픔을 겪어봤기에 환자들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기능성 화장품인 '닥터지' 브랜드도 진정성있게 키워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자신의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맞춤 화장품을 추천해주던 것이 계기가 됐다. 고운세상피부과의원을 운영하던 그는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던 것이 시초가 돼 1999년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설립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선케어와 스킨케어에 강점을 둔 닥터지 매출이 점차 늘면서 성장세를 잇고 있다. 2014년 연매출 119억원에서 지속 성장해 작년에는 연간 280억원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통망을 확대하고 스킨케어 카테고리의 히트상품을 발굴하면서 지난해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다. 올 상반기 H&B스토어인 올리브영 내 매출은 작년 동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안 대표는 미그로스그룹이 주목한 닥터지의 강점으로 마이스킨멘토 프로그램을 꼽았다. 이 프로그램은 설문을 통해 피부타입을 16가지로 정밀 진단하고, 그에 맞춘 처방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제품 판매를 넘어 건강한 피부를 위해 총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 콘셉트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경쟁력을 발견했다는 게 미그로스 측 설명이다.
향후에도 안 대표의 역할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이끌어갈 예정이며, 닥터지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닥터지의 브랜드 철학과 제품력이 미그로스그룹의 유통망과 원료 등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에 드는 미그로스그룹의 유통채널을 통해 해외 드럭스토어와 백화점 진출을 늘리고, 유럽 진출 역시 적극 진행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아직 해외 진출 전략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지금보다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더마코스메틱으로 도약하기 위한 '피부과학'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소비자 피부타입에 맞춰 제품과 성분, 라이프 스타일까지 멘토링해주는 마이스킨 프로그램을 비롯해 키오스크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하면 피부에 도포된 선크림이 자외선 차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퍼스널 자외선 차단 분석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안 대표는 미래 발전을 앞당길 조직문화도 조성하고 있다. 기업성장의 원동력은 직원들의 '학습'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학습은 단순한 교육의 의미보다는 조직과 개인의 동반 성장을 뜻한다. 이를 위해 직급과 경력 상관 없이 모든 직원에게 세미나, 외국어 학습, 독서 등의 지원을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안 대표는 "학습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는 '피부과학으로 세상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회사의 미션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구성원 모두가 업계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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