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애경, 치약시장서 쌍끌이 경쟁…中공략도 확대
페리오·2080이 시장 장악…상위 2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 지속 확대
올해도 신제품 출시·해외진출 활발…독과점 구조 고착화 우려도
국내 치약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이 주력 브랜드인 '페리오'와 '2080'에 더욱 힘을 쏟으면서 시장 영향력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맞춰 자연주의를 앞세운 치약 신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소비자 반응이 좋은 제품은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선보이며 브랜드 파워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6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치약시장에서 LG생건은 48.9%, 애경은 2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LG생건 0.7%p에 비해 애경이 2.5%p로 더 컸다. 이들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더하면 72.3%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올해도 다양한 매출 확대 전략들이 실행됐다. 우선 LG생건은 지난 3월 '히말라야 핑크솔트 담은 치약'이라는 페리오 제품을 신규 출시했다. 8가지 화학성분을 첨가하지 않아 만 6세 이하 유아도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치약 콘셉트다.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론칭 행사를 통해 소개됐고, 올해 5월 말에는 중국 내 대표적인 H&B스토어인 왓슨스 매장 약 2700곳에 입점했다. 이는 중국 내 왓슨스 전체 매장(3360개)의 약 80%에 해당한다. 티몰·징동 등 온라인 채널에도 잇따라 론칭했다.
LG생건 관계자는 "중국 인플루언서와 매체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판매 호조가 이어지면서 왓슨스 입점이 가능했다"며 "제형 색상과 디자인에서 기존 치약 제품과 차별화가 돼 일명 '颜值(얜즈, 멋있다는 의미) 치약'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LG생건은 인기 제품을 튜브형이 아닌 '펌핑 치약'으로 선보이면서 매출 성장세를 높이고 있다. 2013년 탄생한 펌핑 치약은 현재 페리오 3종, 히말라야 핑크솔트 담은 펌핑 치약 2종, 죽염 잇몸고 펌핑 치약 1종 등 3개 브랜드 6종으로 판매 중이다.
용기 디자인 혁신이 가미된 이 제품은 출시 5년 만에 1500만개 이상 판매됐고, 연 평균 351%의 판매 신장률(수량 기준) 기록도 거뒀다.
애경도 치약 판매량을 늘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유가공 업체 '빙그레'나 컬러 전문기업 '팬톤' 등과 협업해 2080 치약 스페셜 세트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고, 2080 파워쉴드 치약·퓨어솔트 치약·애플민트향 치약 등 신제품도 잇따라 내놨다.
특히 2013년 출시한 잇몸전문 치약 '2080 K 진지발리스'는 5년 새 누적판매 3000만개를 돌파하며 치약 판매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 값비싼 프리미엄 치약이나 해외 브랜드 치약 등 다양한 트렌드가 오고 가는 시장에서도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게 애경 측의 설명이다. 닐슨 소매지수 서비스 기준으로 국내 치약 카테고리에서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보이며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해왔다는 것이다.
애경의 2080 치약은 2009년부터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중국과의 사드 분쟁에 따른 영향으로 고전을 겪었지만,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치약은 고기능성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인기가 높아 사드 이슈에 따른 판매량 변화가 없었다.
LG생건과 애경의 뒤를 잇는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7월 천연성분을 97% 이상 함유한 '플레시아'를 론칭하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하는 등 선전했지만,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12.4%에 그쳐 상위 기업들과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LG생건과 애경의 치약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상황인 만큼 독과점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시장 1위 기업의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점시장으로, 상위 3개 기업의 점유율이 75% 이상이면 과점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요건들을 충족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한 글로벌 생활용품 브랜드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 치약제품은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져도 본격적인 한국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해외에 공장을 둔 기업은 관계당국의 시판 승인을 받기 어려울 뿐더러 극소수 기업의 치약시장 장악력까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