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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10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입력 2018.09.27 08:08 수정 2018.09.27 08:14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 성장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글로벌 경제가 어쩌면 또 다른 위기의 입구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성장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글로벌 경제가 어쩌면 또 다른 위기의 입구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추석 연휴가 이어졌다. 한가롭다 보니 오늘은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다소 묵직하다. 지금이 2018년 9월이니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정확하게 만 10년이 된 시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아울러 향후의 일에 대해 전망해보는 글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이제 만 10년이 흘렀다고 하는 것은 2008년 9월을 미국 금융위기의 발발 시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가 모기지 대출 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양대 모기지 업체에 대한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고 동시에 초대형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를 파산 처리했던 때이다.

그 후 11월부터 미국 연준(Fed)은 세계 중앙은행 역사상 초유의 조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극단의 실험적 방식인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은 ‘양적완화’라고 하는 것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그저 막대한 돈, 3조6천억 달러를 5년간에 걸쳐 찍어내어 시중에 공급한 대단한 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저 막연한 이해에 불과하다.

이게 얼마나 엄청나고 심지어 무모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가 하면, 기존의 경제이론대로라면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를 통한 돈 뿌리기는 미국 경제에 대해 5년에 걸쳐 무려 600%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는 극단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600%의 인플레이션을 의도적으로 발생시켰다면 그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하겠다. 가령 당신이 가진 자산가치가 5년 만에 1/6로 떨어진다고 생각해보라, 그게 감당이 되겠는가 말이다.

미국 연준이 취한 양적완화는 그처럼 무지막지한 일이었다. 그만큼 시국이 비상상황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2008년 9월 미국 금융위기 발생에 대해 연준이 수행한 역할은 마치 사람이 큰 사고로 인해 과다출혈로 곧 죽을 것만 같을 때 그 사람의 평소 혈액량의 무려 5배를 연속적으로 줄곧 수혈한 것과 같은 조치였던 셈이다.

그렇기에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극단적인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이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자 유로존과 영국 그리고 일본 역시 사실상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가 워낙 비상시국이었기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고 시중에서 본원통화 공급에 따른 신용창조도 기대만큼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화폐금융이론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아직 양적완화 정책이 장차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고 있는 경제학자는 없지만 그래도 일부 파악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 얘기해보자.

금융위기 이후 분명한 사실은 글로벌 전체 부채가 2007년 4/4분기의 142조 달러에서 현재 247조 달러로서 사이에 무려 95조 달러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나아가서 2000년 4/4분기의 87조 달러에 비하면 근 3배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성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중국이라 하겠는바, 동시에 부채 증가액도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결국 부채증가를 통한 성장, 즉 거품성장을 유지해온 중국이라 하겠다. (이는 중국 정부보다도 공사와 같은 국영기업들과 지방정부가 주도했다.)

금융위기 이후의 글로벌 경제성장과 부채 증가세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2000년에서 올 해 2018년까지 글로벌 총생산은 2.1배 정도 늘어난 반면 부채는 3배로 늘어났다. 따라서 글로벌 부채증가율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훨씬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글로벌 전체적으로 경제성장률보다 부채증가율이 앞선다는 것은 결국 자본의 생산성, 즉 일정한 자본을 투입했을 때의 생산성이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부채가 많이 증가한 곳은 중국이 으뜸이지만 미국 역시 만만치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 연준이 찍어낸 돈이 시중 경제로 투입되기 보다는 그 대부분이 대기업의 차입을 통한 자사주 매입과 같은 비정상적인 곳에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의 연구개발이나 신규투자는 대단히 적었다.

그 바람에 미국 다우존스의 경우 금융위기 발발 이전의 13000 포인트에서 현재 26000까지 정확하게 2배 상승했다. S&P나 나스닥과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승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승이다.

이것으로 볼 때 2008년 금융위기에서 지금까지 10년 사이 위기를 극복하긴 했지만 새로운 문제점, 아직 파악되지 않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볼 때, 글로벌 경제는 장차 전혀 새로운 문제점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해서 글로벌 경제가 어쩌면 또 다른 위기의 입구에 서있는지도 모른다는 얘기이다.

더욱이 미국 연준이 이제 서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한껏 풀려나간 돈들을 다시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튀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간단히 말해서 미국 연준은 글로벌 경제 전체에 물을 공급하는 글로벌 수도국 혹은 상수원이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여기에서 물은 돈을 뜻한다. 미국 연준이 물의 공급을 조절하는 키가 바로 금리, 즉 Fed Rate 이다.

금리가 높으면 水門(수문)을 조이는 것이고 금리가 낮으면 수문을 개방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현재 수문을 조인다는 말이 된다.

벌써 터키라든가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들은 물 부족 사태, 글로벌 유동성인 달러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라 최근엔 비교적 건실한 것으로 알려졌던 인도 경제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에 인도의 통화인 루피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고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인도 증시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는 당장은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긴 해도 사실상 모든 교역국을 상대로 전 방위로 무역전쟁을 이어갈 참이다. 일본은 물론이고 독일 역시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유로존 지역은 그 리더 격인 독일 스스로가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의 무역흑자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경제규모와 비교해도 가장 크다. 2017년의 경우 독일의 수출은 1조4천억 달러였고 수입은 1조1천억 달러로서 흑자가 무려 3천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바, 이는 독일 GDP 3조6천8백5십억 달러의 8%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란 점이다.

참고로 얘기하면 무역흑자가 많아서 미국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중국의 경우 GDP 대비 무역흑자규모가 3.5% 정도라는 사실이다. 독일에 비하면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 바람에 나머지 유로존 국가들, 막대한 구제 금융을 받은 그리스만이 아니라 경제규모가 큰 이탈리아까지도 상당한 부담을 안고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독일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 즉 금리 스프레드가 무려 3%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사실 대단한 위험 신호라고 하겠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고 이탈렉시트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배경이라 하겠다.

일본 역시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무려 수십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인 2%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얘기들을 압축할 것 같으면 현 2018년 9월의 시점에서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얘기이다.

중국, 엄청난 부채 증가와 투자의 비효율성, 미국, 자사주 매입에 치중하고 있는 카지노 경제와 양극화, 일본, 지독한 저성장과 인구 감소, 독일, 사실상의 제로금리와 너무나 큰 무역흑자 부담, 이탈리아, 부채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영국 역시 저성장 국가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는 와중에 글로벌 전체 부채는 무지막지하게 늘어난 마당이다. 부채 증가, 즉 통화량의 증가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성장이 이루어졌다면 모를까,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성장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이 그나마 우리가 알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라 하겠다. (양적완화의 또 다른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미국 연준이 최근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미국 금융시장 사람들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분명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지나치게 풀려나간 돈들을 회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결국 금융긴축이란 얘기인데 다른 것을 떠나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글로벌 경제에 겨울을 몰고 올 것이니 말이다.

대개의 경우 어려운 문제는 한 번에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형태를 바꿔서 또 다른 문제점으로 옮겨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면에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아직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 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향후 우리 경제가 짊어져야 할 부담에 대해서 다음 글에서 얘기해보기로 한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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