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복무기간 대비 1.5배 vs 2배 충돌…인권계 '과도한 복무는 징벌·보복'
대체복무기간 장기화는 '검증' 수단…병역 기피자 속출 제한
현역복무기간 대비 1.5배 vs 2배 충돌…인권계 '과도한 복무는 징벌·보복'
대체복무기간 장기화는 '검증' 수단…병역 기피자 속출 제한
지난 4일 서울 용산동 국방컨벤션에서 개최된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 공청회'는 격양된 분위기가 내내 이어졌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방안을 둘러싼 인권계와 보수단체의 대립이 표면화된 현장이었다.
가장 큰 쟁점중 하나는 대체복무 기간이었다. 국방부·법무부·병무청으로 구성된 합동 실무추진단은 현역병의 1.5배 혹은 2배라는 두 가지 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인권계는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2배에 달하는 것은 ‘징벌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길거나 강도가 높은 대체복무는 병역거부자를 역차별하고 ‘양심적 결정’을 포기하게 만드는 등 헌법이 명시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공청회 패널로 참가한 임재성 변호사는 “현재 군 통수권자이신 문재인 대통령도 이미 후보시절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기간으로 1.5배를 언급했다”며 “헌법재판소도 대체복무제가 또다른 징벌이 되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고작 1.5배가 뭐냐”, “의무를 거부하는데 말이 돼냐” 등 불평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참가자는 질의응답에서 “여론을 ‘징벌적’, ‘보복심리’라고 편향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국민의 일반적인 법감정을 그릇된 용어로 표현해 모독하는 것은 유감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심' 검증에 한계 있어 대체복무기간 늘려야하는 수밖에"
패널인 진석용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의 ‘양심’을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는 탓에 대체복무 기간을 대폭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가장한 병역 기피자를 제한할 수 있는 명확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 대비 1.5배로 정하면 자칫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자가 수천 명에 달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양심을 심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 심사기구가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더 강한 의무를 가하는 이유는 현재 사회가 개인의 양심을 명확하게 검증할 수단이 없는 탓이다. 긴 복무기간이라는 ‘패널티’를 감내한 것은 양심을 어느정도 증명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만약 한 사람의 생각·마음을 객관적이고 수치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있다면, 그렇게 양심을 검증받은 병역거부자들은 현역병과 동일한 기간(강도) 근무를 해도 무관하다.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시민 사회가 명백한 개인의 양심을 억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양심을 검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 작금의 현실이다. 2020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본격 실시되면 검증 방식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체복무기간 장기화는 이를 방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향후 개인의 양심을 명확하게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거나 현역복무와 대체복무의 등가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확보된다면 과감한 대체복무기간 축소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전제가 확보되기 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패널티’ 부과는 불가피하다. 이는 건전한 국가안보와 사회의 공정성을 위한 것이지 징벌·보복을 가하자는 심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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