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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한일관계 투트랙…저 '이웃나라'를 어쩌리오


입력 2018.10.06 02:00 수정 2018.10.06 04:54        이배운 기자

관함식 욱일기 논란에 분노여론 ‘활활’…불참통보로 관계악화 불가피

관계 포기할수 없는 협력국가…“지피지기·역지사지 정신 발휘해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데일리안

국제관함식 욱일기 논란으로 한일관계가 한차례 더 꼬이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은 해상사열 참가 시 욱일기 게양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는 국내 불만 여론을 진정시키는 한편 한일관계 악화를 면하기 위한 묘책 마련에 나섰지만 결국 일본이 관함식 불참을 통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났다.

지난 2일 갈등이 고조된 당시 한 군 관계자는 “접근도 해결도 쉽지 않은 문제다”며 “일본의 입장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법의 영역을 벗어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법적으로 해군 함정은 치외법권 지역으로 인정된다. 어떤 기를 달지 결정권은 전적으로 외국 함정에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과 아무런 교류가 없는 나라라면 ‘유감이다’는 입장을 전하고 입항 금지를 통보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실제로 일본과 교류가 없는 북한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에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다수의 논평을 통해 "일본 반동들은 전시강간을 부정하며 철면피하게 놀아댄다", "죄악을 묻어버리려고 오그랑수(꼼수)를 쓸수록 복수심만 더 커진다“ ”인민의 천년숙적인 왜X들의 사등뼈(척추뼈)를 분질러야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한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국가이자 협력국가다.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일본은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5%(5위), 수입 비중의 10.4%(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일관계 냉각은 무역 축소와 더불어 관광·투자·인적교류 등의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일본은 동북아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이자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안보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일의 굳건한 대북공조가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

이에 우리 정부는 대일 관계에서 역사 문제와 미래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한다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표명하고 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합의 문제를 통화스와프 협의와 연관 지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외무성은 외교청서에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과거사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아베 내각은 우익성향의 인사를 대거 기용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일본 사회 우경화를 부채질해 우익보수여론을 결집하고 이를 동력삼아 ‘전쟁가능국가’ 개헌을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일방적인 ‘투 트랙’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양국이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을 발휘해야 한일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는 해결책 없이 반복되면서 고질적인 갈등 요인으로 고착화됐다”며 “이제는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았다”고 진단했다.

최은미 교수는 이어 “역사문제 등 갈등요인을 다루려는 노력 없이 ‘하위 정치(low politics)’에서의 교류증대는 갈등관리와 외교·안보협력 등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실질 협력을 위한 중장기적 차원의 접근 및 양국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한국에 대한 아베의 폄하 의식과 일본 국민의 혐오 감정은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확산됐고, 이에 한국으로서는 적반하장 이라고 분노하며 되받아 칠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이런 일본과 공존을 도모해야 하는 게 한국 정부가 직면한 엄연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에서 격렬히 대립하고 갈등했지만, 한편으로는 협력하며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평등·평화를 구가하는 나라를 만들었다”며 “이런 내력을 ‘적폐’가 아니라 ‘성취’라는 시각에서 제대로 이해하면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혜를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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