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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곳곳이 텅텅 빈 강남 핫 플레이스…임대차보호법 무색


입력 2018.10.19 06:00 수정 2018.10.19 06:09        원나래 기자

계약갱신요구권 10년 연장 시행…시장, “별로 달라질게 없다” 시큰둥

18일 찾은 압구정동 로데오길과 신사동 가로수길은 강남의 핫플레이스라는 예전의 명성과 달리 조용하기만 했다. 압구정동 로데오길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18일 찾은 압구정동 로데오길과 신사동 가로수길은 강남의 핫플레이스라는 예전의 명성과 달리 조용하기만 했다. 압구정동 로데오길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한번 무너진 상권은 좀처럼 살아나기 힘들다. 여기 압구정 로데오길은 10년 전까지 만해도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으며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하지만 지금은 주말에도 한적한 모습이다. 임대료를 낮춰 내놔도 창업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강남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해외 유명 브랜드를 다양하게 가져온 편집샵과 독특한 개성이 있는 잡화점이 곳곳에 많았지만, 이제는 대형 브랜드 옷가게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돼버렸다.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옷을 사기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매출액도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작은 옷집을 운영 중인 김모씨)

지난 18일 찾은 압구정동 로데오길과 신사동 가로수길은 강남의 핫플레이스라는 예전의 명성과 달리 조용하기만 했다. 그나마 가로수길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전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로데오길은 한 집 건너 한집이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가로수길도 곳곳에 공실이 확인됐다.

서울 강남의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로데오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지는 오래. 인근에 위치한 가로수길로 상권이 이동했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때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드는 손님들로 분주했던 신사동 가로수길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더욱이 몇 년 전만해도 메인 거리에서도 1층 점포가 공실로 남아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으나, 지금은 수요자의 접근성이 좋은 메인 1층 점포들이 문닫아 있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공실이 늘어나는 것은 건물주는 여전히 비싼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지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관광객 급감, 내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유동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상권 침체가 계속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로데오길은 한 집 건너 한집이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가로수길도 곳곳에 공실이 확인됐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로데오길은 한 집 건너 한집이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가로수길도 곳곳에 공실이 확인됐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정부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이날 방문한 현장의 반응은 이른 찬바람 처럼 썰렁하기만 했다.

전날부터 개정법 시행으로 상가건물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다. 임대인의 권리금 지급 방해 행위 금지기간도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로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세입자의 주거와 영업권 안정을 돕겠다는 긍정적인 취지는 알겠으나,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는 시큰둥한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오히려 영세 상인들에게는 실질적인 효력마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압구정동 로데오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로데오길 초입에 1~2층을 사용하며 30년 넘게 운영됐던 파리크로상 매장 역시 지난해 결국 문을 닫았다. 지금도 2층에는 공실로 남아있다”며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들도 문을 닫는 판에 소상공인들은 더욱 힘든 상황인데 법이 시행된다 하더라고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일부 점포는 권리금도 없는데다 임대료도 이전보다 낮아졌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이마저도 높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일부 건물주는 ‘공실이 발생해도 어느 정도 이하로는 임대료를 내리지 않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3~4년 전만 해도 한 점포당 수천만원의 임대료는 물론, 수억원의 권리금(영업권 프리미엄)까지 내고 들어오는 경우가 흔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영업이 잘된다는 1층 상가마저 비어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서울 압구정 등 주요 상권의 임대료가 하향 조정됐음에도 임차인이 원하는 수준과의 격차가 커 공실 해소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금융위기 이후 자영업 체감경기가 최악이라고 할 만큼 창업 의지가 꺾인 분위기여서 당분간 상가 공실 공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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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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