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투박하지만, 울림 있는…영화 '말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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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만해?] 투박하지만, 울림 있는…영화 '말모이'
    유해진·윤계상 주연
    엄유나 감독 입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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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1-06 08:00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내용을 그린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말모이' 리뷰
    유해진·윤계상 주연


    우리가 쓰는 한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어다. 세계 그 언어보다도 독창적이고, 과학적이고, 어렵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탓일까. 한국 사람 중에 한글을 자랑스럽다고 여기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별로 없다.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말을 얼마나 바르고 소중하게 써야 하는지 알려 주는 뭉클한 작품이다.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는 경성, 감옥소를 밥 먹듯 드나들며 사고만 치는 가장 판수(유해진)는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난다. 이후 감옥소 동기인 학회 어른, 조선생(김홍파) 소개로 학회에 취직한다.

    '모범생' 정환은 전과자이자 까막눈인 판수가 탐탁지 않다. 그러나 말만은 청산유수인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 때문에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판수를 받아들인다. 말보다 돈이 더 필요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역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제의 감시는 점점 심해지고 조선어학회 회원들도 협박을 받는 상황에 이른다. 조선어학회는 '말모이'를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을까.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내용을 그린다.

    ▲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내용을 그린다.ⓒ롯데엔터테인먼트

    말모이는 실제로 국어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들이 1910년대 최초로 편찬한 우리말 사전이다. 출판은 못 했으나, 수기로 쓴 원고 일부가 남아있다. 또 영화 속에서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제 감시를 피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당시 일제는 1940년부터 각급 학교에서 우리 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다.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글. 영화는 한글을 지켜내기 위해서 긴 세월 여러 사람이 피와 땀을 흘린 사람들을 조명한다.

    우리 말과 글이 금지된 시절, 조선어학회 학자들은 우리말을 지키려 목숨을 내놓고 사전 편찬에 들어갔다. 비밀리에 진행된 '말모이작전'은 전 국민이 함께한 우리말 모아내기 작업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기록한 우리말 편지 하나하나가 조선어학회로 전달됐다.

    그 과정에서 발각된 학자들은 고문과 굶주림으로 옥사하고, 남은 이들이 뜻을 이어갔다. 나라의 염원이 담겼던 원고는 훗날 서울역(경성역)에서 발견돼 1957년 '큰사전'의 길잡이가 됐다.

    영화는 우리말을 지켜내기 위해 힘쓴 모든 사람들을 한 명씩 끄집어냈다. 중심엔 판수와 조선어학회 학자들이 있다. 엄 감독은 철이 없던 가장 판수가 우리말을 배우고, 이를 통해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갖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판수와 조선어학회 학자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과정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쓰고 있는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아울러 자신을 희생하며까지 지킨 한글을 바르게 써야겠다는 책임감도 들게 한다. '말모이'는 말과 글, 그리고 사람의 힘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이다.

    ▲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내용을 그린다.ⓒ롯데엔터테인먼트

    가족 때문에 조선어학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사연 등은 가슴을 울린다. 특히 갈등하던 판수가 정환에게 학회를 떠난다고 얘기하는 장면에선 자연스레 눈물이 나온다. 눈물을 머금은 유해진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내놓은 제작사 더 램프가 제작하고,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를 쓴 엄유나 작가가 처음으로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았다. 엄 감독은 첫 입봉작치고는 괜찮은 결과물을 완성해냈다.

    엄 감독은 "우리말과 글이 금지됐던 때, 불가능할 것만 같던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했던 많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느꼈던 감동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며 "험한 세상을 혼자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영화가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말맛이 느껴지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우리말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말모이'에서 유해진의 연기는 단연 빛난다. 능청스러운 연기부터 진지한 눈물 연기까지 유해진은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전하는 몇 안 되는 배우인 걸 다시금 증명한다. 눈물이 고인 한 장면만으로도 관객의 가슴을 친다.

    유해진은 "까막눈 판수가 '말모이'를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며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분들의 희생을 연기하면서 조금이나마 느꼈다"고 고백했다.

    윤계상은 전작 '범죄도시'의 극악무도했던 장첸을 벗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딱딱하지만 따뜻한 인물을 윤계상만의 매력으로 소화했다.

    윤계상은 "류정환의 대사 자체가 진짜였으면 했다"며 "이런 영화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1월 9일 개봉. 135분. 12세 관람가.[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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