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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 '달러의 나라' 캄보디아, 금융 발판 '상전벽해'


입력 2019.01.04 06:00 수정 2019.01.04 16:24        데일리안(캄보디아 프놈펜) = 부광우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금융사만 130여개…시내 곳곳 은행 간판 즐비

개발 열풍에 프놈펜은 오늘도 변신 중…"달러면 모두 OK" 금융사들 주목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금융사만 130여개…시내 곳곳 은행 간판 즐비
개발 열풍에 프놈펜은 오늘도 변신 중…"달러면 모두 OK" 금융사들 주목


캄보디아 내 주요 유형별 금융사 수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캄보디아 내 주요 유형별 금융사 수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동남아의 많은 국가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지만, 캄보디아 프놈펜은 정말 상전벽해란 표현이 부족한 곳입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공항에 내리자마자 만난 현지 한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근황을 묻는 질문에 들뜬 표정으로 이 같이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은 불과 몇 분 만에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는 길 양옆으로는 거대한 건설 현장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오른편으로는 우리 기업인 부영의 커다란 로고가 달린 공사장이 순간 한국의 풍경인 듯 눈길을 사로잡았고, 왼쪽으로는 오성홍기가 들어간 중국계 기업 표지판이 경쟁하듯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마주한 프놈펜 시내의 풍경은 이런 개발 속도를 한층 실감케 했다. 수십년은 지나 보이는 건물과 며칠 전 새로 지어진 듯한 빌딩들이 어색하게 공존하는 가운데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신축 공사 현장이 이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유독 자주 보이는 은행 간판들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외국계 은행의 이름들이 즐비했다. 각 회사의 이름을 크게 새긴 자동화기기(ATM)들도 몇 분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간격마다 서 있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중심가 교차로에 대한민국 전북은행의 자회사인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오른쪽)과 베트남계 자본의 MB은행 간판이 마주하고 있다.ⓒ데일리안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중심가 교차로에 대한민국 전북은행의 자회사인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오른쪽)과 베트남계 자본의 MB은행 간판이 마주하고 있다.ⓒ데일리안


실제로 캄보디아에서 영업 중인 상업은행은 39개에 이른다. 이중 해외 자본이 주인인 은행만 15개다. 여기에 지점 규모인 해외 은행 12개까지 더하면 3분의 2 이상이 글로벌 은행인 셈이다. 아클레다은행과 카나디아은행 등 캄보디아 현지 자본 은행은 아직 12개에 불과하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은 "워낙 숫자가 많아 각 기관별로 보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캄보디아에서 영업 중인 금융사만 130여개에 이른다"며 "한국 자본에 기반하고 있는 금융사도 15개로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상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유형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난다. 캄보디아는 경제 여건 상 아직 큰 규모보다는 소액 여신이 대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이에 소액금융사만 76개에 달한다. 여신과 송금 등 단일 기능만 수행하는 특수은행도 15개나 된다.

아직 열악한 경제 수준에도 이처럼 금융사들이 소액 대출을 활발하게 운영할 수 있는 데는 캄보디아 국민의 독특한 문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죽기 전에 반드시 돈을 갚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이를 지역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배제시켜 버리는 풍습은 금융사들의 위험을 미리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현권익 IBK기업은행 캄보디아 프놈펜지점장은 "캄보디아인들은 현세에서 빚을 지면 내세에서도 빚을 지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누군가 그렇게 빌린 대출의 상환이 밀리게 되면 더 이상 살던 마을에서 생활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있어 생각보다 연체율이 높지 않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캄보디아에 머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모든 결제가 미국 달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값싼 물건을 살 때도 현지 화폐인 리엘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거스름돈 정도만 현지 화폐로 쓰이는 정도다. 캄보디아에 있던 내내 리엘 지폐를 만져본 일은 생수 한 통을 사고 1달러를 지불했을 때 받았던 잔돈이 전부였다.

이는 금융사들에게 사업 상 큰 메리트다. 해외 영업 시 중대한 위험 중 하나인 환 리스크가 자연스레 해결되는 장점으로 작용해서다. 실제로 캄보디아의 달러 사용 비율은 98%에 달한다. 반면 현지 통화인 리엘화 대출은 채 10%에 불과하다.

캄보디아의 한 금융사 관계자는 "달러와 같은 값이어도 팁 조차 리엘은 받지 않는 곳이 캄보디아 프놈펜"이라며 "그 만큼 금융당국이 외환 규제에 유연해 해외 금융사들의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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