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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에 관대했던 KBO…예고된 ‘이여상 스캔들’


입력 2019.07.04 10:14 수정 2019.07.05 09:1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야구 교실에서 10대 선수들에게 금지약물 투여

복용 전과 선수에게 수상 후보 자격 부여한 KBO

한국 야구는 '이여상 스캔들'로 다시 한 번 금지약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야구는 '이여상 스캔들'로 다시 한 번 금지약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10대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유소년 야구교실을 운영 중인 전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여상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자신이 운영 중인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선수들에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해당 야구교실을 다녔던 학생들 중 약물 투여가 의심되는 7명에 대한 도핑테스트 의뢰했고, 이들 중 2명에게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단기간에 근육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근력 강화 효과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금지약물이다. 심혈관질환이나 성기능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특히 성장이 끝나지 않은 10대 선수들의 경우 성장판이 일찍 닫힐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여상은 자신의 야구 교실에서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제의한 것도 모자라 직접 투여를 했고 투약 스케줄까지 짠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야말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야구팬들은 터질 게 터진,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금지약물에 대해 엄격히 대처하고 관리, 감독해야할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방만한 조치가 ‘이여상 스캔들’이 일어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KBO는 2007년 반도핑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매년 각 구단 무작위로 추첨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출범 초기에는 10경기 출장 정지 등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다 최근 들어서는 프로스포츠 도핑방지규정에 의거해 정규시즌 총 경기수의 50%인 72경기 출장정지의 제재가 적용되고 있다.

금지약물 복용은 프로 정신을 망각한 행위임에 분명하지만 야구를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의 생계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야구팬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되 팬들의 질타 또한 감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여상은 제자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줬다. ⓒ 연합뉴스 이여상은 제자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줬다. ⓒ 연합뉴스

그러나 KBO는 지난 2016년 금지약물 복용 전과가 있는 선수에게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을 부여했고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이 가세해 수상자로 선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년 뒤 해당 선수는 가장 가치 있는 선수에게 수여하는 MVP까지 올랐다. 반칙을 저질러 징계를 받고 나면 그대로 지름길로 달려가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다는 명분이 마련된 순간이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어난 것은 당연지사다. 심지어 신인급 선수들이 일찌감치 금지약물을 복용해 솜방망이 징계를 받고 봉인을 해제해도 좋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결국 ‘이여상 스캔들’은 금지약물에 엄격하지 못했던 KBO 및 한국 야구계가 잉태한 재앙이 되고 말았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제2, 제3의 이여상이 지금도 은밀한 곳에서 주사기를 들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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