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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저임금 속도조절 다행…소득주도성장 아집 버려야"


입력 2019.07.12 10:22 수정 2019.07.12 10:33        박영국 기자

공익위원 최소 6명 사용자위원 안 선택…정부·정치권 '속도조절론' 반영

업종별 차등적용 등 근본적 제도개선 필요…국민적 합의 형성돼야

공익위원 최소 6명 사용자위원 안 선택…정부·정치권 '속도조절론' 반영
업종별 차등적용 등 근본적 제도개선 필요…국민적 합의 형성돼야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안 투표 결과가 보여지고 있다. 사용자안으로 제시된 8590원이 15표를 얻어 채택됐다.ⓒ연합뉴스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안 투표 결과가 보여지고 있다. 사용자안으로 제시된 8590원이 15표를 얻어 채택됐다.ⓒ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2.87% 인상된 시급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정부와 여당 내에서조차 제기되던 ‘속도조절론’이 결국 현실화됐다.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삭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과거 노동계 편향적이었던 공익위원들이 현실적인 방안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무리하게 밀어붙여온 ‘아집’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1일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 최임위 전원회의실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시작해 12일 새벽까지 이어진 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8590원으로 결정했다.

전날까지 두 자릿수 인상을 고집해온 근로자위원 측이 6.3%로 인상률을 낮추고(8880원) 삭감을 주장해온 사용자위원들이 2.87% 인상안을 내놓은 가운데 두 안을 놓고 표결을 벌인 끝에 15대 11(기권)로 사용자 안이 채택됐다.

2.87%의 인상률은 사실상 ‘물가인상률’ 정도만 반영한 수치다. 재계에서는 인상률 자체만 놓고 보면 합리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지난 2년간 최저임금 급등(2018년 16.4%, 2019년 10.9%)으로 기준액수가 워낙 높아졌던 만큼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 월별 지급 임금 비중이 낮은 기업 등이 받는 압박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경제계와 노동시장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해서라도 삭감이나 최소한 동결이라는 결론이 났었어야 하는데 아쉽다”면서 “폭주를 멈추고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 지난 2년간 고율인상에 따른 폐해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과거 ‘근로자위원 2중대’ 역할만 했다는 공익위원들이 지난 5월 전면 교체되고 새로 꾸려진 공익위원들이 합리적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날 표결에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이 참여했다. 노·사 위원들이 각각 자신들의 안에 표를 몰아줬다고 가정하면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사용자 안에 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로 교체된 공익위원들은 진보 편향이 아니라 중립 혹은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들도 포함돼 있는데다, 당연직인 고용노동부 국장을 비롯, 일부 공익위원들은 정부의 의도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속도조절론’이 나온 게 물가상승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채택하게 만든 셈”이라고 분석했다.

‘3년 연속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나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 일단 숨을 돌리게 됐지만, 정부가 ‘속도조절’에 그치지 말고 근본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아집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속도 조절에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최저임금 뿐 아니라 경제계의 어려운 부분을 고려해 다각적인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은 인상률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진행될 ‘최저임금제도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조만간 설치될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 업종과 규모별 구분적용을 최우선으로 해서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 합리화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서 2021년도 최저임금은 합리적으로 개선된 제도에서 심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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