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출판기념회, 또다시 얼평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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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출판기념회, 또다시 얼평은 아쉽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회지도층, 얼평 중독…청소년 무얼 보고 배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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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7-23 08:3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회지도층, 얼평 중독…청소년 무얼 보고 배우겠나

    ▲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리셉션에서 이 의원을 비롯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언주 의원이 22일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많은 정치인이 집결해 마치 ‘대선 출정식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유력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으니 당연히 이언주 의원에 대한 축사도 많았는데, 여기에 외모 평가가 있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렇게 담대한 여자, 얼굴은 예쁘지만 내용은 당차고, 나약한 여자이지만 사나이보다 훨씬 큰 배짱을 갖고 있구나”라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얼굴은 예쁘지 ‘만’ 내용이 당차다‘는 말이 일단 이해하기 어렵다. 얼굴이 예쁘면 내용이 허술해야 정상인데 특이하게 예쁜데도 당차다는 말인가? 이게 2019년에 나올 수 있는 논리인지 놀랍기만 하다.

    ‘나약한 여자’는 또 무슨 말이고, 여기서 ‘사나이’는 왜 나온단 말인가? ‘나약한 여자이지 ’만‘ 사나이보다 훨씬 큰 배짱을 갖고 있구나’라는 건, 여성은 남성보다 담이 작다는 뜻일까? 이 역시 2019년에 공식석상에서 나왔다고 하기엔 놀라운 말이다.

    박종진 전 앵커는 “남자의원들이 너무 많이 왔다. (이 의원을) 짝사랑하는 의원들만 온 것 같다. 너무 예뻐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성을 앞에 앉혀 두고 남성들 여럿이 둘러앉아 예뻐서 짝사랑을 하느니,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공식석상 발언으로는 민망하다.

    강효상 의원은 “이 의원은 정말 잘 싸우는 아름다운 전사다. 저는 ‘어벤져스’의 스칼렛 요한슨이 생각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발언들이 어이없는 것은, 공통적으로 이언주 의원의 외모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언주 의원을 응원하러 가서 정치인 이언주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인데, 왜 그 순간에 외모 언급이 나온단 말인가?

    과거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학교에서 새로 부임한 여성 교사를 소개할 때 ‘미모’ 운운하는 경우가 많았고, 다른 전문직 여성을 소개할 때도 외모를 꼭 언급하곤 했다. 이젠 그런 관행이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여성을 한 명의 독립적 직업인, 사회인으로 보지 않고 그저 예쁘고 보기 좋은 존재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여성에 대해 말할 때 자기도 모르게 외모를 언급하게 만든다. 이렇게 능력을 말해야 할 순간에 외모를 언급하는 것은 여성을 동등한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여기는 사고방식과 통하고, 바로 여성혐오의 일종이다.

    이런 발언들이 놀라운 것은 불과 얼마 전에 한선교 의원이 배현진 한국당 당협위원장을 소개하며 ‘늘 예쁜 아나운서였는데’, ‘예쁜 우리 배현진’ 등 예쁘다는 말을 연발해 큰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논란을 겪고도 이번에 또 이언주 의원 행사에서 예쁘다는 말들이 나왔으니 우리 사회 지도층의 ‘얼평’(얼굴 평가) 본능은 사라질 수가 없는 걸까?

    ‘얼평’이라는 신조어의 사회현상이 문제가 된 것은 요즘 청소년들이 얼평에 열중한다고 해서다.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외모지상주의에 빠져든다는 비판이 나왔었는데, 이제 보니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의외로 우리 사회 지도층이 얼평 중독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지도층이 이러니 청소년이 무얼 보고 배우겠는가?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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