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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간부 검사들의 무더기 사직(辭職)을 보면서


입력 2019.08.05 06:00 수정 2019.08.05 05:5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사직 공백'…민변 출신 대거 침투 우려

맞서야 할 때와 사표를 내야할 때를 생각하라

<칼럼> '사직 공백'…민변 출신 대거 침투 우려
맞서야 할 때와 사표를 내야할 때를 생각하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취임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취임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최근 신임 검찰총장 임명과 그 후속 간부 인사 과정에서 검사장들 포함 도합 60~70명의 중견간부들이 무더기로 사표를 냈다고 한다.

전국의 검사 총 현원이 2200명 정도이고 그 중 부장검사 이상 간부검사가 600~700명이니 10%가 일거에 그만둔 셈이다. 대단한 손실이다.

매해 정기 인사이동 때마다 경제적 이유나 개인사정·승진탈락 기타 인사상 불만 등으로 사직하는 간부검사들이 평균 20명 내외였다면 이번에 사직한 숫자가 이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어차피 인사는 대상자 모두가 만족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처럼 중견간부 검사들의 무더기 사직은 유별난 사태인 만큼 그 원인과 파장을 생각해 본다.

우선 공안검사들이 몰락했다. 검사장 승진에서 다 빠졌고 공안검사들이 맡던 주요 보직에도 공안검사 아닌 검사들을 보냈다. 무엇보다 최근에 용기있게 현 정부의 관리나 주요 인사를 기소한 검사들과 과거 정부 때의 일로 인사불이익을 받은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상당수가 아까운 사람들이다. 15년에서 20여 년 검사 경력이 하루아침에 사장되고 이들의 경험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특히 선거·노동·대공사건 등을 담당하는 공안 분야의 경험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현 정부는 공안을 뼛속깊이 싫어하지만 언젠가 시절이 바뀌어 그 분야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때가 되면 어찌되나.

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전문 연구인력·기술인력이 떠나고 공급이 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이 바뀌어 원전을 재가동하고 싶어도 당장 전문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하지 못할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에 임명장 주면서 현 정부 권력실세도 똑같이 엄정하게 수사하라 했지만, 이번 검찰인사에서 보듯이 현 정부 사람들 손댄 검사들을 보란듯이 다 얼반 죽여놓았는데 무슨 진정성이 있나. 남아있는 검사들이 과연 감히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눈치나 보지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물론 그래도 기개있는 검사들이 또 일부는 분명 나오리라 믿지만 인사권은 이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권력의 충견 또는 시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이 인사권을 전횡하는 악습, 곧 적폐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은 중견간부 검사들의 무더기 사직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좌파 성향의 민변 출신 경력변호사들이 대거 검사로 채용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약 10여 년 전부터 검찰도 법원처럼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졸업자가 사회경험 없이 바로 판사·검사가 되는 것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검사 일부를 변호사들 중에서 채용해 왔다.

그런데 이번처럼 공백이 크면 변호사 채용 규모도 커질 공산이 크고, 그만큼 공직 진출에 욕심이 큰 민변 출신 변호사들에게 기회가 많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너무 걱정스럽기에 아직도 검찰을 지키는 다수의 중견간부 검사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보직 기타 인사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느 공직자보다 자존심이 강한 검사들이고 보니 상대적으로 나보다 일도 적게 하고 열정도 정의감도 낮은데 정치권력의 시류에 따른 자들이 우대를 받는 반면에 좌고우면 않고 일한 자신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면 약도 오르고 의욕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일체유심조, 마음과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느 보직에서도 검사가 할 일은 널려 있다. 적어도 월급이나 기본 처우에 차등은 없지 않나. 인사가 불만스러워도 와신상담하라.

그리고 새로운 보직이 한직이라 생각돼도 거기에도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자리 아니고 신문·방송에 나지 않아도 평범한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억울함을 풀어주고 대의에 맞는 역할을 하라.

불의한 공무원들과 탐욕가득한 토호들은 도처에 있고 서울이나 지방 어디든 권력실세를 업고 호가호위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소신껏 싸우다가 방법이 사직 밖에 없을때 그 때 사표를 내라.

그리고 검사도 항상 무오류의 존재는 아니다. 잘못을 했거나 책임질 일 있을 때엔 사직을 각오하라.

수사 중 피의자가 과잉수사나 비인권적 수사에 항거해 투신자결 기타 극단적 선택을 해도 담당검사나 그 상급자가 왜 책임을 지지 않고 징계도 하지 않는가.

부당하고 집요한 수사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기업을 도산하게 만들고, 그 기업인이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도 그 검사나 직근 상사 검사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 것이 현재 검찰의 모습이다.

공직자의 덕목 중에 나오고 물러갈 때를 아는 것이 어렵고 그만큼 중요하다.

자화자찬 같지만 필자는 검사장 재직 당시 수습 중인 초임검사의 과오에 관리자로서 책임지는 뜻으로 사표를 냈다. 검사장으로 그런 처신을 한 것은 아마도 거의 유일할 것이다.

검사들은 사표의 무게를 스스로 가벼이 해선 안 된다. 잘못이 있거나 책임질 일이 있을 때에는 주저없이 과감하게 사직해야 할 것이되, 단지 자신이 인사이동시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유로, 또는 그 자리에 가면 다음 자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사표를 내는 것은 심사숙고하는 게 맞다.

인사 설움을 당했다고 생각돼도 몇년이든 와신상담하며 때를 기다리라. 잘못된 정치권력에 아부하거나 비굴하지 않아도, 뜻과 소신대로 거악을 제압하는 수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 때까지 어떤 보직에서든지 사소한 사건이라도 균형있는 시각으로 국민의 소리를 열심히 듣고 올바른 방향으로 묵묵히 일을 한다면, 국민의 공복으로서 검사가 해야할 일, 검사에게 국민들이 바라는 일은 도처 어디에나 있음을 아직 현직에 있는 검사들은 항상 유념해주기를 바란다.

글/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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