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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각증 환자가 된 대한민국과 무당 주치의 집권세력


입력 2019.08.05 08:30 수정 2019.08.05 07:45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정부, 무통각증 환자…국민은 시한폭탄 껴안고 사는 격

사전에 충분한 예후…문재인정권, 무통각증 환자처럼 감지 못하고 터진 후에 분주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정부, 무통각증 환자…국민은 시한폭탄 껴안고 사는 격
사전에 충분한 예후…문재인정권, 무통각증 환자처럼 감지 못하고 터진 후에 분주


ⓒ데일리안 ⓒ데일리안

모처럼 지상파 방송에서 재미있고 시의적절한 드라마를 봤다. 메디컬 드라마 ‘의사 요한’이다. 해당 방송사의 전 프로그램은 ‘동학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였다. 연기자의 열연은 있었지만, (사회주의 국가 드라마처럼) 지나치게 목표의식을 앞세웠다. 그러다 보니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멀어 졌고 필자의 관심도 사라졌다. 그러다가 우연히 본 후속 드라마가 의외의 재미와 교훈을 줬다.

의료현장을 다루는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는 ‘고통’이다. 지난 주말에는 ‘선천성 무통각증(Congenital insensitivity to pain, CIP)’ 환자가 등장했다.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선천성 희귀병이다. 드라마 대사에서 해당 환자에게 어떤 의사가 “시한폭탄”이라 말했단다. 갑자기 폭발해 치명적인 상황에 이른다는 뜻이다. 평소에 아픔을 못 느끼니 극단적인 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없다. 그러니 당사자와 가족은 어떤 예고도 받지 못하고 그 상황을 감당해야 한다. 주인공인 의사 요한은 인터뷰에서 말한다. “고통은 몸이 그 사람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그 신호가 없어지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의 한가운데 듣지 못하는 농아가 있는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정치인을 의사에 비유한다. 상대가 한 쪽은 사람이고 다른 쪽은 국가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둘 다 ‘병증을 진단하고 처방을 한다’는 측면에서 나름 설득력이 있다. 필자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정치현실이 떠올랐다. 현재의 문재인정부가 떠올랐다. 정치지도자는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는 소명을 갖지만, 더 기본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열심히 자신의 생업에 종사할 때 더 큰 위험을 경계하고 대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무통각증 환자처럼 무감각하다. 그러니 국민은 시한폭탄을 껴안고 사는 격이다.

경제가 ‘위기’라고 끊임없이 경고음을 보내는데,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문제가 없다’, ‘양호하다’며 반대 시그널을 국민에게 보낸다. 국민도 처음에는 그렇겠지 했지만, 삶에서 확인되는 계속된 병증에 항의했고 정부도 버티지 못하고 일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안보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계속 늘어나도, 다양한 도발이 지속돼도 우리 정부는 유독 ‘평화’롭기만 하다. 세계가 경고를 보내고, 김정은도 문 대통령을 콕 찍어서 경고를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왕따’가 되도 전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당국간 외교는 물론이고 정상외교에서도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얼마 전 한 야당 의원이 현정부를 ‘한센병환자 같다’고 비판했다. 한센병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질병이다. 후천적 감염에 의해서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경고에 현 집권세력은 ‘한센병환자를 비하했다’며 막말로 몰아 기필코 사과를 받아 냈다. 그리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폭탄이 터졌다. 일본의 경제보복이다. 외교실책에서 시작됐으나, 경제와 안보 등 국가의 모든 분야가 위기에 처하게 된 일대 사건이다. 사전에 충분한 예후가 있었다. 현정권은 무통각증 환자처럼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터진 후에야 분주했다. 그러다 보니 허둥댈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국내정치에 유리하다’는 헛소리까지 나온다. 구한말의 세도가들이 떠오른다. 나라가 망한 후에 정치와 정권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보도에 의하면 일본은 지난 해 말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조치였고 양국간 관계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 분명하니, 반(半) 공개적으로 준비했다. “이런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알아서 대응하라”는 신호도 여러 층위, 다양한 루트로 보내왔다. 그런데 이를 정부가 “몰랐다”, “기습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백면서생인 필자도 본 칼럼을 통해 여러차례 경고를 했을 정도였는데 말이다. 수많은 경고음이 울렸고 국내 기업들은 전전긍긍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무시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감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외교부도, 일본주재대사도 어떤 의미있는 시그널을 전하지 않았다. 이해가 되긴 한다. 경고음을 전달하면 ‘친일파’라며 인사조치에 바빴을 것이다. 기존에 있는 ‘일본통’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감각을 잃고 말았다. 우리정부가 경고를 계속 무시하니 일본입장에서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것일 수 있다. 결단을 했고, 단행을 했다. 뒤늦게 우리정부가 ‘대화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미 출발해 버린 열차였다.

감염이라는 폭탄이 터졌지만, 아직 본격적인 증상이 나오지 않았기에 시간적 여유는 있다. 잠복기는 이번 달 말까지다. 그 전에 어떤 조치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부는 현실을 회피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일본과의 여론전에 몰두한다. 질병이 분명히 있는데 거리에서 다른 진단을 주장한다. 의사집단은 연구적 이유에서는 관심을 갖겠지만, 처방에는 거리를 둔다. 뒤에서는 공감을 표하지만 본격적으로 나설 수는 없다. 어차피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재를 할 수 있는 의사를 협박하기도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폐기하겠다며 말이다. 병증과 싸울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고, 스스로 더 위험한 처지로 들어가 버린다.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회는 무속신앙에 의지한다. 의사로서 자격이 없는 현 집권세력은 엉뚱하게도 무속신앙의 무당이 돼 군림하고 폭주한다. 국내에서 다시 ‘반일감정’을 극대화한다. 단합된 정신력으로 병을 극복하자고 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격려한다. 이는 굿판으로 병을 치료하자는 전근대의 무속신앙과 다르지 않다.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치료의 시간을 놓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하는 치명적 패착이다. 그러다 환자가 죽으면 무당은 ‘정성이 부족해서’라고 말할 것이다. 망연자실한 가족, 친지들은 이에 다시 혹해서, 진혼(鎭魂)을 위한 굿판에 큰돈을 뜯길 것이다. 그들에겐 실패나 좌절이 없다. 환자에게만 실패와 죽음이 있을 뿐이다.

의사 요한은 통증의학과 교수다. 특이한 것은 스스로가 무통각증 환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거꾸로 거짓 고통에 즐거워하며 치료를 거부하는 무통각증 환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이 ‘거짓 고통’이라고 말한다. 현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폭탄이 터지자 국민에게 과도한 고통신호을 보내고 있다. ‘친일파’ 경고다. 병의 원인을 호도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다. 이것은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다. ‘마녀’들의 주술이 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먼저 알고 병을 경고한 사람들을 그렇게 마녀로 모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처형하라고 선동한다. 마녀사냥의 결말은 뭘까? 우리는 역사 속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현실정치에서도 통증을 모르는 것 보다 거짓 통증이 위험한 이유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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