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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외로운 도전 中] 청문정국 앞두고 전략 고심 깊어져


입력 2019.08.11 03:00 수정 2019.08.11 05:23        정도원 기자

보수통합 물길 돌려낸 羅, 원내로 중심 이동

'인사청문 정국'에서 '조국 처리' 집중할 듯

보수통합 물길 돌려낸 羅, 원내로 중심 이동
'인사청문 정국'에서 '조국 처리' 집중할 듯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사청문회 블랙홀'을 앞두고 보수통합의 물길을 중도 방향으로 돌려내는 성과를 거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제 본연의 임무인 원내 현안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중폭 개각 발표를 계기로 국회는 인사청문 정국에 돌입한다. 조국 법무장관과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관심의 초점이다. 주미대사를 제외하고도 장관급 인사가 7명에 달하는 중폭 개각이다보니, 보수 성향의 한국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낙마 수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 정책위 관계자는 "평소 활발한 SNS 활동으로 '편가르기'를 해온 조국 후보자는 보수 성향 국민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며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민언련 공동대표를 지낸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모 인사는 언론인 출신답게 '표현의 자유'를 들어 현 정권의 '가짜뉴스 철퇴' 요청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에 막판에 후보자가 (한상혁 후보자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며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반대 기류가 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이 한 후보자의 내정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임명은 현 정권이 미(未)점령한 유튜브 단속·규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실제 청와대가 인선 배경으로 '건전한 인터넷문화 조성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문제는 마땅한 낙마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 정권 들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강행된 장관급 인사가 벌써 16명에 달한다.

조국·한상혁 '낙마' 지지자 목소리 높지만…
현 정권 들어 임명 강행 16명, 수단 마땅찮아


그 스스로 제1야당 대표를 지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홍종학 중소벤처장관을 임명 강행하면서 "야당의 반대가 많았던 장관이 오히려 일은 더 잘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되자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임명 강행할 때에는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고 표현을 살짝 바꿨지만, 속내는 그대로라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때문에 야당 의원들조차 "청문회는 절차에 따라 임하겠지만, 조국 후보자는 어차피 임명 강행될 것"이라고 체념하는 기류도 읽힌다.

조 후보자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도덕성 검증(비공개)과 정책 검증(공개)을 구분하는 개정이 필요하다"며, 청문 대상자가 오히려 청문 절차 개정을 국회에 주문하는 역공을 펼치는 등 한껏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한국당 초선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정도(正道)로 가서 철저하게 능력·역량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며 "괜히 우리가 조급해져서 목소리만 높이고 성과가 없으면 국민 보기에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능력·역량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조 후보자의 서울법대 형법학 교수 시절부터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때까지 검증할 지점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괜한 소리 높이기보단 조국 능력 검증에 초점
자질 관련해, 오상방위·별건수사 키워드될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와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와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 후보자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펴낸 '진보집권플랜'에서 "검찰·국세청·공정위가 움직일 것이라는 암시만 던져도 기업은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한 대목, "법무장관에 검사들이 반발하면 '너 나가라' 하면 된다"고 한 대목 등이 법무장관 후보자가 된 지금, 논란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학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했던 조 후보자의 실력도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상방위(誤想防衛)와 별건수사(別件搜査)가 핵심 키워드다.

정당방위가 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그런 상황인 것으로 오인하고 방위행위를 했을 때의 처벌 여부를 묻는 오상방위는 법전에 나와 있지 않은 강학상의 개념이지만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라고 해서 형법총론의 핵심을 이루는 대목 중의 하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언론을 통해 접했지만, 만약에 오상방위를 (법전에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는 사람이라면 형법 교수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오상방위는)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오상방위 파동'이 있었다는 사람이 법무장관에 내정되면 법무파탄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별건수사도 형사소송법의 핵심 쟁점이다. 당초 수사의 혐의점은 A였는데, A를 수사하다가 B라는 전혀 다른 혐의가 발견됐을 때의 처리를 다루는 문제다.

미국에서는 1961년 오하이오 주(州) 경찰이 맵(Mapp)이라는 여성의 가택을 협박과 사제폭발 혐의로 압수수색해, 사설 복표와 음란물을 발견하고 관련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 연방대법원에서 무죄 판결 난 것을 계기로 별건수사의 위법성 원칙이 확립됐다.

어떻게 국민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할지가 관건
'저격수'는 누가?…'외로운 고민' 깊어질 듯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외교부 고위공무원의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제출받아 포렌식해서 살펴보다가 원래의 감찰 혐의와는 전혀 다른 사생활 관련 의혹이 나오자 이를 부처에 통보한 점이 지난해말 국회 운영위에서 문제된 적이 있다.

당시 조 후보자는 "외교부 공무원의 사생활을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적이 없다. 비위 첩보가 접수돼서 그 첩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생활이 나온 것"이라며 "고위 공무원은 품위 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외교부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별건감찰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해명 자체가 별건수사의 정의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스스로의 말로 외교부 공무원에 대한 별건조사를 한 게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별건조사의) 개념조차 모르는지 부인했다"고 혀를 찼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조국 민정수석(당시)의 국회 운영위 답변에 대해 다수의 법조인과 법학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며 "형법학자인 조국 수석의 법 지식과 연관된 기초적인 자질 시비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의 고민은 오상방위·별건수사·독수독과(毒樹毒果) 등 조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제기해야 할 용어들이 인사청문회를 시청할 일반 국민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되기 어려운 성격이라는 점이다. 판사 출신인 나 원내대표도 이 점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누구에게 '저격수' 역할을 맡기느냐도 관건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나 원내대표는 심혈을 기울였지만, 막상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 주재로 전략회의가 열렸을 때 일부 의원들은 윤 총장과의 이런저런 개인적 인연을 들어 주포 역할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나 원내대표가 정무와 원내 현안 양쪽에서 '외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나 원내대표 본인도 최근 사석에서 "나는 나라를 위해 한 번 열심히 붙어보려고 하는데, 다들 자기 생각만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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