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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대출 이자율 폭등…'돈맥경화 악순환'


입력 2019.08.23 06:00 수정 2019.08.22 22:05        부광우 기자

7월 평균 금리 10.76%…한 달 새 4.83%P 상승

자본 확충 난항 '역효과'…자금 수혈 해법 골몰

7월 평균 금리 10.76%…한 달 새 4.83%P 상승
자본 확충 난항 '역효과'…자금 수혈 해법 골몰


국내 은행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케이뱅크의 개인 신용대출 평균 이자율이 한 달 새 두 배 넘게 폭등하면서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되는 흐름이다. 이는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저금리 대출 상품을 팔지 못하게 된 역효과로, 돈맥경화를 둘러싼 해법을 찾는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악순환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18개 은행들의 가계 대상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75%로 전월(4.63%) 대비 0.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은행별로 보면 상황은 이와 크게 달랐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 3분의 2가 넘는 13곳의 가계 신용대출 이자율은 같은 기간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중은행들의 해당 금리는 많게는 0.5%포인트, 적어도 0.1%포인트 이상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대출 이자율 추세는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달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그럼에도 은행들의 전반적인 가계 신용대출 금리가 올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케이뱅크의 영향이다. 케이뱅크의 이자율이 은행 전체 평균을 끌어 올릴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93%에서 10.76%로 4.83%포인트나 올랐다. 국내 은행들 가운데 단연 높은 수치로, 유일한 두 자릿수 대 기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소비자들의 대출 이자율이 많이 올랐다. 케이뱅크가 실행한 가계 신용대출 금리를 고객의 신용등급별로 나눠보면 5~6등급은 6.14%에서 10.92%로, 7~8등급은 8.29%에서 11.20%로 각각 4.78%포인트와 2.91%포인트씩 상승했다.

반면 1~2등급의 가계 신용대출 이자율은 4.44%에서 4.40%로 0.04%포인트 하락했고, 3~4등급 역시 5.15%에서 5.11%로 0.04%포인트 떨어졌다. 9~10등급 고객들에 대한 가계 신용대출 금리도 11.36%에서 11.25%로 0.11%포인트 낮아졌다.

케이뱅크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이처럼 대출 이자율이 높아진 배경에 자본 확충 난항에 따른 역효과가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케이뱅크는 좀처럼 유상증자의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결국 저금리의 개인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이 와중 고금리의 대환 대출은 늘다 보니 전체적인 이자율이 크게 올라 보이게 됐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여전히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케이뱅크가 지난 달 이뤄진 유상증자를 통해 276억원을 수혈하는데 그쳤다. 당초 예상했던 412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번 달에는 새로운 백기사가 돼 줄 것으로 기대했던 DGB금융그룹마저 끝내 유상증자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이에 케이뱅크가 올해 1월 이사회에서 구상했던 59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는 갈 길이 멀 현실이다.

뒤늦게 제대로 된 유상증자가 성사돼 대출 영업을 정상화하더라도 케이뱅크의 앞날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이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년 초까지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은행으로서는 이자 마진을 확대하기 어려워진다. 케이뱅크가 대출 시장에 복귀했을 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버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자에 힘겨워하고 있는 케이뱅크의 실정은 국내 금융권에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인터넷전문은행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아직 신생 사업자로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여건에서 자본 확충과 대출 재개가 계속 미뤄질 경우 생각보다 빨리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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