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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야외민속 박물관 스칸센


입력 2019.08.25 05:00 수정 2019.08.24 21:10        이석원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 63> 120년 전 전국 전통 가옥 그대로 옮겨 설립

외국 관광객 물론 자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라는 독특함 지녀

<알쓸신잡-스웨덴 63> 120년 전 전국 전통 가옥 그대로 옮겨 설립
외국 관광객 물론 자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라는 독특함 지녀


스톡홀름 유르고덴섬에 있는 스칸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민속박물관이다. (사진 = 이석원) 스톡홀름 유르고덴섬에 있는 스칸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민속박물관이다. (사진 = 이석원)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오래된 전통 마을을 복원한 곳이 있다. 전통의 가옥들과 생활 양식, 사람들의 의상을 통해 그 나라의 옛 것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 놓은 곳들이다. 경기도 용인의 민속촌을 비롯해 제주도의 성읍 민속마을이나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등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마을이다.

이런 곳에서는 대체로 전통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것 뿐 아니라 체험 등을 통해 옛 방식의 삶을 경험해 볼 수도 있고, 실제 옛날 방식대로 음식을 팔거나 다양한 잡기들을 판매해서 그 나라 여행의 좋은 기념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각 나라의 이런 민속촌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국민 보다는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는 것이다.

여러 해 전 한 방송사에서 용인 민속촌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사람 중에서 용인 민속촌을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 35%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사람들은 20%를 밑돌고, 그 이외의 지방 사람들이 40%를 조금 넘었다.

그러나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용인 민속촌을 가 본 사람은 60%가 넘었다. 중국과 일본 등 가까운 외국의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이나 유럽의 관광객 중에서도 용인 민속촌은 인기 관광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스웨덴의 대표적인 민속촌인 스칸센(Skansen)은 좀 다르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인 유르고덴(Djurgården). 과거에는 국왕의 사냥터였고, 지금은 일명 ‘박물관의 섬’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스칸센(Skansen)’이라는 세계 최초의 야외 민속 박물관이 있다. 1891년에 스웨덴의 민속학자이며 교육자인 아르투르 하셀리우스(Artur Hazelius)이 만든 곳이다. 스웨덴판 민속촌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는 스웨덴 각지에서 옮겨온 17∼20세기의 건물과 농장 등 150여 개의 스웨덴 전통 시설이 있다. 하셀리우스는 각 지방의 특색이 잘 드러나 있는 실제 건물을 매입한 후 이를 그대로 다시 조립했다. 교회와 풍차, 일반 농가와 스투가(Stuga)라고 불리는 작은 움막, 제법 큰 저택 등 다양한 건축물을 통해 각기 다른 신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거주했는가를 보여준다. 한국 민속촌과 마찬가지로 견학과 체험 학습이 가능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1729년에 건축되고 1916년에 스칸센으로 옮겨온 세그롤라 교회, 17세기의 영주저택 등이 유명하다. 스웨덴에 사는 2년 동안 8번인가 가보았다.

몇 년 전 자료이기는 한데, 스톡홀름 시가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스톡홀름 시민 중 스칸센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 89%에 달했다고 한다. 이들 중 또 80% 이상은 10회 이상 가봤다고 답했다. 또 조사 대상 중 62%는 스칸센의 연중 회원권을 소유해본 적이 있다고 했고, 매년 10회 이상 갔다는 사람도 50%가 넘었다고 한다.

2016년 스웨덴 일간지인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가 스톡홀름 시민에게 “스톡홀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이라고 한 질문에 55% 정도가 스칸센을 꼽기도 했다. 날이 맑은 날이면 스칸센에서 산책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유였다고.

이쯤 되면 스칸센은 스톡홀름의 유명 관광명소가 아니라 스톡홀름 시민들의 앞마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칸센을 찾는 스톡홀름 시민 중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중 회원권을 끊고 집 앞 산책하듯 가족과 함께 일상적으로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17, 18세기 스웨덴의 전통 가옥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옮겨놓았다. 독특한 것은 외국 관광객보다도 자국민들이 더 많이 이용하고 사랑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사진 = 이석원) 17, 18세기 스웨덴의 전통 가옥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옮겨놓았다. 독특한 것은 외국 관광객보다도 자국민들이 더 많이 이용하고 사랑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사진 = 이석원)

그래서일까? 스칸센에서는 스톡홀름에서 행해지는 중요한 명절 행사나 무료 콘서트 등이 많이 열린다. 입장료에 관람료가 포함된 클래식 콘서트나 오페라, 재즈와 팝 등의 음악공연은 물론, 민속무용과 민속음악 등의 공연도 다양하게 열린다.

특히 스웨덴의 중요한 명절인 4월 30일의 ‘발보리(Valborg)’ 때는 스칸센 마당에서 커다란 모닥불이 타오른다. 또 국경일인 6월 6일에도 대규모 경축행사도 개최되는데, 전통 복장을 한 스웨덴 국왕 가족이 왕궁에서부터 마차를 타고 시내를 행진한 후 스칸센까지 온다. 6월 말 하지 축제(미드솜마르 Missommar)도 스칸센에서 열리고, 크리스마스 행사와 12월 31일 밤의 새해맞이 행사도 스칸센이 무대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은 가족과 오는 것과는 별도로 학교에서 종종 체험 학습으로 스칸센을 찾는다. 자기 조상들이 살아온 방식, 만들어온 전통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엄마 아빠와 함께 현장 학습 차원에서 오는 어린이도 많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러,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러 오기도 한다.

또 스칸센에는 북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의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동물원도 있다. 말, 소, 닭, 오리 등의 전통적인 가축은 물론 갈색 곰, 엘크, 순록, 늑대, 스라소니, 바다표범 등 북유럽 고유종 동물과 북유럽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다.

인구 1000만 명의 스웨덴, 특히 80만 명이 사는 스톡홀름인데, 스칸센을 찾는 사람은 매년 150만 명이 넘는다.

서울보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톡홀름이지만, 스칸센의 입장료는 성인 140크로나(약 1만 6800원), 학생 120크로나(1만 4500원), 어린이(4~15세) 60크로나(7200원)이다. 한국 민속촌의 경우 현재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 7000원, 아동(36개월~13세) 1만 5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서울보다 훨씬 물가가 비싼 스톡홀름을 감안하면 스칸센은 ‘착하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스칸센의 연중 회원권은 295크로나, 약 3만 5500원이다.

시내 한 복판에서 걸어 갈 수 있는 접근성, 다른 유명 박물관 등과 걷는 거리로 인접한 연관성, 그리고 연중 회원권으로 1년 내내 입장할 수 있는 경제성으로 스톡홀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칸센은, 전통에 대한 이해와 친근감, 학습 효과까지 여러 방면에서 시민들에게 유익함을 주고 있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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