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끝까지 버텨내라는 대통령 특명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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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끝까지 버텨내라는 대통령 특명 있었나?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후보직 사퇴 표명할 만도 한데
    누가 짐을 지워줬다는 것인가…남에게는 모진 말 골라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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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8-26 09:00
    이진곤 언론인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후보직 사퇴 표명할 만도 한데
    누가 짐을 지워줬다는 것인가…남에게는 모진 말 골라 하더니


    ▲ 지난 23일 오후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청와대의 방침이 분명히 정해진 게 틀림없다. 만난을 무릅쓰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그 자리에 앉히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이 확고해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지명한 후 25일까지 열엿새 동안 그 많은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가 저처럼 굳건히 버틸 수가 있었겠는가.

    그는 25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세종로 출장소에서 입장을 밝혔다. 사퇴의향? 천만의 말씀이다. 기어이 인사청문회에 가겠다는 결의의 과시였다.

    “지금은 제 인생을 통째로 반성하며 준엄하게 되돌아보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제대로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

    후보직 사퇴 표명할 만도 한데

    이정도의 말을 하게 됐을 양이면 당연히 사퇴표명이 뒤따라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장관직에 대한 집착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자신의 딸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아이 문제에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인정한다”고 그는 토로했다. 언론과 여론이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 의혹의 사실 여부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답을 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철저히 챙기지 못했다는 말로 핵심을 비켜갔다.

    이런 동문서답식 화법은 언제 어떻게 익혔을까? 단어 하나도 예사로 구사해서는 안 될 형법교수가? 그는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제대로 따랐다”는 말로 위법이 아니었음을 주장했다. 그러니까 야비하고 교활하게 법과 제도의 허점을 철저히 이용했지만 법에 걸릴 것은 없다는 투다. 이것이 법무부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의 법에 대한 인식이라니!

    설령 법의 명문 규정은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 나갔다고 하더라도 도덕‧양심‧윤리의 그물망에 걸릴 정도라면 자격 상실이다. 노자는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이라고 했다(도덕경 73장). 지금의 말로 바꿔하자면 ‘민망회회 소이불루’가 되겠다. 민이 곧 하늘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찬사와 기대를 보냈던 사람에 대해 쉽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믿음을 배신하는 사람의 행위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없고, 그에 대한 징벌을 빠뜨리는 법이 없다.

    누가 짐을 지워줬다는 것인가

    국민께 송구하다고 하는 뜻은 자신과 가족의 행위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고 ‘기존의 법과 제도를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슨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기존의 법과 제도는 기득권 보호장치였다는 뜻인가? “성찰하고 또 성찰해 저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저 자신을 채찍질 하겠다”는 말도 했다. 54년 동안 살면서, 또 대학교수에 청와대민정수석비서관에, 누릴 만큼 누렸으면서, 그 때는 뭘 하고 이제 와서 성찰하겠다는 것인가. 그의 나이로 미뤄보건대 그 때 성찰을 못했으면 앞으로도 못한다. 경험칙으로는 그렇다.

    더 황당한 것은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고 한 부분이다. 누가 지워준 짐인지도 말해야 하지 않는가. 국민이 떠맡긴 짐은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임명도 하기 전에 과업을 안겨 주었다는 뜻인가. 아니면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부여한 책무라는 것인가. 어떤 것이든 국민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조 후보자는 여전히 반성하는 빛이 없다. 오직 말재주로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생각 뿐인 듯하다. “어떤 수단방법을 쓰든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이라도 받았을까? 제16대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한 어느 정치인은 “물구나무서기를 해서라도 국회에 들어간다”고 기염을 토했었다. 그 때는 낙선했으나 보궐선거를 통해서 기어이 국회에 입성했다. 조 후보자도 그런 정신으로 버티겠다는 것일까?

    이처럼 구차스럽게 법무부장관직에 매달리고 있는 조 후보자가 과거에는 공직자들에 대해 모질기까지 한 비판자 노릇을 했다는 사실이 그의 인간성‧예의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접게 한다.

    그는 서울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0년에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주요 일간지들이 찾아내 보도했다.

    남에게는 모진 말 골라 하더니

    “어디선가 들은 우스갯소리 하나 하겠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이에 내 말을 추가하자면 ‘파리가 앞 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는 ‘퍽~~’이라는 의성어를 덧붙였다.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논란과 관련한 글이었다.

    “MB 주변에는 ‘공정한 사회’에 반하는 인간만 득실거림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실 ‘신하’는 ‘주군’을 보고 따라하는 법이거늘”이라고도 썼다.

    2016년 12월 1일 루쉰(鲁迅)을 인용한 트위터 글도 눈길을 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론’이 부상하고 있을 때였다.

    “사람을 무는 개가 물에 빠졌을 때, 그 개를 구해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두들겨 패야 한다. 그러지 않다면 개가 물에 나와 다시 사람을 문다.”

    현직 대통령을 겨냥, 이런 말을 인용했던 그가 자신에겐 관대하기 이를 데 없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말이 있다. 유덕한 이는 외롭지 않다.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다. 논어 이인편(論語 里人篇)에 나오는 말이다. 조 후보자의 경우는 ‘권불고 필유도(權不孤 必有徒: 권력을 가진 이는 외롭지 않다. 반드시 따르는 무리가 있다)라고 해야 할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유사한 이념성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명사(名士)들도 야당과 비판언론들을 공격하면서 그의 편을 들고 있다.

    문 대통령과 여당이 기어이 조 장관 만들기를 성사시키겠다면 그는 장관직에 올라 권력을 휘두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무리(無理)가 결국은 정권의 기반을 뒤흔드는 진원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말에 반감을 갖기 보다는 오히려 덕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현명한 리더의 자세라고 보는데 정권 유력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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