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불황 직격탄' 기업은행 잠재 손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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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1월 15일 16:12:30
    '中企 불황 직격탄' 기업은행 잠재 손실 어쩌나
    익스포저 잠재 손해액 3조514억 '최고'…시중은행의 두 배 육박
    '대출 핵심' 중소기업 예측 부도율 '고공행진'…충당금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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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9-09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익스포저 잠재 손해액 3조514억 '최고'…시중은행의 두 배 육박
    '대출 핵심' 중소기업 예측 부도율 '고공행진'…충당금 부담 가중


    ▲ 국내 6대 은행 익스포저 중 예상 손실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IBK기업은행이 대출이나 투자 등 고객들과 거래한 돈에서 예상되는 손실 금액이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면 아래 부실은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인데다, 기업은행이 내준 전체 여신은 오히려 이들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상당한 액수다. 이는 기업은행의 핵심 대출 고객인 중소기업들을 둘러싼 잠재 위험이 높아진 탓으로, 짙어지는 경기 불황 속에서 심화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난이 금융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들의 익스포저에서 예상되는 손실 금액은 총 11조4765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2824억원) 대비 1.7%(194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업과 가계 등 거래 상대방과 연계된 모든 돈에서 향후 조사 대상 은행들에게 발생할 것으로 점쳐지는 잠재적 손해 규모를 의미한다. 익스포저는 금융사의 자산 가운데 신용 사건 발생 시 받기로 약속된 대출이나 투자 금액뿐 아니라, 복잡한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가리킨다. 은행들은 여기에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한 예상 부도율과 부도 시 손실률 등을 적용해 미래 손실을 추정한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의 잠재 손실이 조사 대상 은행들 중 단연 최대였다. 기업은행의 익스포저에서 예측된 손실은 3조514억원으로 같은 기간(2조9884억원) 대비 2.1%(630억원) 증가했다. 다른 은행들의 해당 금액이 모두 1조원 대 중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기업은행 다음으로 예상 손실 익스포저가 많았던 농협은행의 경우 1조8857억원에서 0.4%(81억원) 감소한 1조8776억원을 기록한 정도였다. 기업은행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적다. 국민은행의 익스포저 예상 손해액 역시 1조8330억원에서 1조7938억원으로 2.1%(392억원) 줄었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1조4957억원에서 1조6869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조6056억원에서 1조6631억원으로 각각 13.0%(1938억원)와 3.6%(575억원)씩 예측 손실이 확대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그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었다. 우리은행의 익스포저 내 예상 손해는 1조4740억원에서 1조4011억원으로 4.9%(729억원) 감소하며 6대 은행들 중 최소를 나타냈다.

    특히 기업은행의 대출 규모가 다른 은행들에 비해 남달리 큰 것도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예상 손실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기업은행의 총 여신은 214조7822억원으로 국민은행(277조1715억원)·신한은행(247조3404억원)·하나은행(241조4678억원)·우리은행(241조893억원)·농협은행(218조5932억원) 등에 이어 여섯 번째 규모다.

    기업은행의 잠재 손실이 다른 은행들을 압도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부실 가능성이 남달리 큰 탓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익스포저를 둘러싼 모든 거래 상대방의 평균 예상 부도율은 3.74%로 추산됐는데, 이는 나머지 조사 대상 은행들의 평균(1.72%)보다 2배 넘게 높은 수치다.

    이처럼 남다른 기업은행의 리스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 익스포저에서의 예상 손실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4.9%(2조5910억)에 달할 정도로 쏠려 있다. 그리고 이들의 예상 부도율은 4.51%에 달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1.97%)이나 개인 소매(1.26%), 주거용 주택 담보(0.94%) 등의 부도율 예측치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는 와중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더해지면서다. 지난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들의 업황 BSI는 전달(66)보다 7포인트 떨어진 59에 머물며, 전체 산업 평균(69)보다 10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수준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여신 등에서 예상되는 손실이 커지면 은행으로서는 그에 대비한 충당금 부담이 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직접적으로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기관의 특수성 상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으로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기업 경기 불황이 더욱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기업은행이 익스포저에 대한 예상 손실에 대해 설정해 둔 충당금은 2조4990억원으로, 하나은행(9552억원)·우리은행(1조1960억원)·신한은행(1조4457억원)·국민은행(1조5265억원) 등 4대 은행들보다 짐이 무거운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 갈등 등 최근 국내 경제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극대화하면서 기업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고, 아무래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안정성이 먼저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며 "기업은행은 국내 은행들 가운데 가장 많은 중소기업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압박감이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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