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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적금 후폭풍? 수협은행 주담대 이자 홀로 '역주행'


입력 2019.09.10 06:00 수정 2019.09.09 17:42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 주담대 금리 2%대로 '뚝'…수협은행만 상승 곡선

기준금리 인하 압박 본격화…고금리 적금 영업 후폭풍 조짐

국내 은행 주담대 금리 2%대로 '뚝'…수협은행만 상승 곡선
기준금리 인하 압박 본격화…고금리 적금 영업 후폭풍 조짐


Sh수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Sh수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Sh수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은행들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은행 고객들은 거의 모두 연 2%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과 달리, 수협은행에서는 5명 중 1명 정도만 이런 조건을 적용받고 있었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음에도, 수협은행이 홀로 역주행을 벌인 배경에는 무리한 고금리 적금 영업의 역효과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은행들의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율은 2.94%로 전월(3.03%) 대비 0.10%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해당 금리가 3%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16년 9월(2.91%) 이후 34개월 만의 일이다.

은행별로 보면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비싸진 곳은 수협은행뿐이었다. 수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03%에서 3.19%로 0.16%포인트 상승하며, 은행 전체 평균을 0.25%포인트 웃돌았다. 나머지 최저 0.02%포인트에서 최대 0.27%포인트까지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낮아졌다.

금리 구간별 취급 비중을 보면 수협은행의 불리한 대출 조건은 더욱 뚜렷해진다. 수협은행에서 2%대 이자율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전체의 20.7%에 그쳤다, 이는 은행 전체 평균(66.1%)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경쟁 은행을 찾은 상당수 소비자들이 3%가 안 되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SC제일은행(99.8%)·우리은행(99.3%)·DGB대구은행(97.6%)·IBK기업은행(96.2%)·KEB하나은행(94.2%)·한국씨티은행(91.9%)·BNK부산은행(91.1%) 등은 2%대 이자율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90%를 넘을 정도였다.

더욱이 수협은행의 대출 이자율 상승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상반된 흐름이란 점에서 눈에 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여기에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들의 대출 이자율 인하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지난 달 회의에선 일단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각각 한 차례씩 두 번의 추가 인하를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사상 최초로 1%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도 수협은행이 높은 대출 이자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는 적금 상품에 대한 고금리 전략이 거론된다. 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적금 영업에 높은 금리를 매기다 보니, 그 만큼 대출 이자율을 내리기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수협은행은 최근 잇따라 연간 이자율이 5%를 넘는 적금 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수협은행 지난 7월 출시한 만기 6개월짜리 스마트폰뱅킹 전용 적금은 지난 달 4차 판매까지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이 상품은 기본 금리 2.3%에 만기 유지 시 축하 금리 2.7%포인트를 더해 연 5%의 이자율을 제공했다.

지난해 말 육아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돌풍을 일으킨 Sh쑥쑥크는아이적금 역시 수협은행의 상품이었다. 만 6세 미만 자녀 명의로 가입이 가능했던 이 적금의 가장 큰 매력은 최고 연 5.5% 달하는 금리였다.

이처럼 수신 상품에 고금리를 책정하다 보니, 높은 대출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수협은행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말 수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48%로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 평균(1.68%)에 비해 0.20%포인트 낮았다. 1년 전만 해도 수협은행의 NIM이 1.84%로 이들(1.70%)보다 높았지만, 그 사이 0.36%포인트나 추락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예대마진이 적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름의 내부 사정이 있긴 하겠지만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실에서 은행이 대출 이자율을 올리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며 "예대 마진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은행들로서는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고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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