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에 일본車 판매 급감…반사이익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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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9월 23일 21:17:40
    한일 갈등에 일본車 판매 급감…반사이익은 누가?
    경쟁 수입차 대중 브랜드 판매 오히려 감소…국산차도 부진
    '보이콧' 보다 '연기' 많은 듯…한일갈등 잠잠해지면 구매 몰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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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9-10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경쟁 수입차 대중 브랜드 판매 오히려 감소…국산차도 부진
    '보이콧' 보다 '연기' 많은 듯…한일갈등 잠잠해지면 구매 몰릴 수도


    ▲ 렉서스의 한 전시장 전경. ⓒ렉서스코리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불거진 한일 갈등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국내 시장에서 일본산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 다만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은 업체도 딱히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차 구매를 ‘보이콧’한 게 아니라 ‘연기’한 소비자들이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8월 렉서스, 토요타,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5개 브랜드의 판매실적은 총 1398대로 전년 동월 대비 56.9%나 떨어졌다.

    전월에 비해서도 46.7%가 줄었고, 한일 갈등 이슈가 본격화되기 전인 6월과 비교하면 65.6%나 감소했다.

    불매운동 첫 달인 7월 일본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7.2% 감소한 2674대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다. 통상 계약 후 인도까지 기간이 국산차에 비해 긴 수입차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한일 갈등 이슈에 따른 일본차 판매 감소는 8월부터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통상 특정 제품 판매가 감소하면 그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경쟁 제품의 판매가 늘어난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징후가 포착되지 않는다. 일본차 판매 감소에도 불구, 독일과 미국 국적의 경쟁 브랜드는 전혀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일본차 중에서도 렉서스의 8월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했다. 주력 모델인 ES가 지난해 10월 풀체인지되면서 그 이전 판매가 줄었던 기저효과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다른 브랜드 판매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은 렉서스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렉서스는 일본차 중에서도 럭셔리 브랜드에 해당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볼보 등 수입차 판매 최상위권을 달리는 업체들은 한일 갈등 이슈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 렉서스와 비슷한 영역에 속해 있는 고성능 브랜드 인피니티 역시 8월 5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68.0%의 감소를 보였지만 한일 갈등 이슈 발생 이전부터 판매량이 미미한 브랜드였기에 논외로 봐야 한다.

    ▲ 일본 브랜드 자동차 국내 판매 추이. ⓒ데일리안

    나머지 토요타, 혼다, 닛산은 대중차 브랜드로 독일 폭스바겐이나 미국 포드,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등이 경쟁차다.

    그 중 수입차 10위권 내의 업체인 폭스바겐의 경우 8월 58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67.7%의 감소를 보였다. 같은 기간 포드 역시 64.2% 감소한 376대, 푸조도 31.4% 감소한 35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적어도 수입차 내에서는 일본차 판매 감소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린 브랜드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국산차 역시 딱히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완성차 5사 중 르노삼성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8월 실적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중형 SUV QM6 LPG 모델 판매 호조에 힘입어 판매 증가를 보였지만, 이를 일본차 판매 감소와 연관 짓긴 힘들다.

    업계에서는 일본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한일 갈등 이슈로 다른 국적의 브랜드로 옮겨가기보다는 대기 수요로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의류나 식품 같은 회전율이 빠른 소비재와 달리 자동차는 가격대가 높고, 한번 구매 하면 사용기간이 길기 때문에 안 좋은 이슈가 발생한다고 대체재로 갈아타기 힘들다”면서 “지금 당장은 자동차 불매운동이나 일본차 훼손 사건 등이 벌어지며 일본차 구매를 꺼리겠지만 한일갈등이 잠잠해지면 오히려 대기 수요까지 몰려 판매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2015년 10월 디젤 연비조작 이슈가 불거지면서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가 반토막 났었으나, 그해 11월 폭스바겐코리아가 적극적인 할인 프로모션에 나서자 단숨에 수입차 판매 1위로 등극한 전례도 있다. 감정이나 윤리 보다는 ‘실리’가 구매 심리에 크게 작용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계 한 자동차 브랜드 관계자 역시 “자동차 구매자들은 여러 요인을 고려하며 최종 결정까지 텀을 길게 가져가기 때문에 한일 갈등이 (일본차로부터의) 소비자 이탈 보다는 대기수요 발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여러 브랜드를 놓고 고민했던 소비자라면 후보군에서 일본차를 제외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일본차를 선호했던 경우라면 이슈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구매에 나서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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