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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에도 잠잠…돈육선물 10년째 개점휴업


입력 2019.10.11 06:00 수정 2019.10.12 09:57        이미경 기자

돈육선물, 2012년 3월부터 거래 제로…현물대표가 연동해 기준가 책정

국내 양돈논가, 소규모로 변동성 없어…위험헤지 반영 상품재설계 필요

돈육선물, 2012년 3월부터 거래 제로…현물대표가 연동해 기준가 책정
국내 양돈논가, 소규모로 변동성 없어…위험헤지 반영 상품재설계 필요


돈육선물시장은 2011년 3월에 거래량 부족으로 인해 유동성관리상품으로 지정된 이후 2012년 3월부터 거래량, 계약금액, 미결제약정 실적이 사실상 제로 시장으로 전락했다. ⓒ한국거래소 돈육선물시장은 2011년 3월에 거래량 부족으로 인해 유동성관리상품으로 지정된 이후 2012년 3월부터 거래량, 계약금액, 미결제약정 실적이 사실상 제로 시장으로 전락했다. ⓒ한국거래소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장기화조짐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출렁이고 있지만 가격안정화 기능을 추구하도록 설계된 돈육선물은 개점휴업 상태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돈육선물은 2008년 7월 국내 최초로 증시에 상장된 농축산물 선물이다. 이 시장은 돈육가격 변동위험에 노출돼있는 양돈논가, 육가공업체 등에 효율적 위험관리 수단 제공은 커녕 10여년째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2012년 3월부터는 거래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축산물 품질평가원 현물가격을 반영한 돈육선물 기준가격은 3630원이다. 현재 돈육선물 거래가 아예 없다보니 거래소는 축산물 품질원이 발표하는 대표 현물가격을 연동해서 기준가격을 책정한다.

최근 돼지고기 현물가격이 3000원대로 다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9월 말쯤에는 돼지열병 여파로 가격이 급등해 5000원선에서 거래됐다. 지난 9월 27일 돼지고기 대표가격은 5058원이었다. 거래소 규정상 11개 돈육시장 가운데 6개 이상이 열리면 돈육선물 시장이 개장하는데 돼지열병 여파로 6곳 이상의 돈육시장이 열리지 않으면서 지난달 18일, 26일, 27일에 선물시장도 휴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돈육선물 거래가 없다보니 현물 대표가격을 연동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있다'며 "2012년부터 거래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2011년 3월에 거래량 부족으로 인해 유동성관리상품으로 지정된 돈육선물은 2012년 3월부터 거래량, 계약금액, 미결제약정 실적이 사실상 제로다.

실제 돈육선물은 2008년 상장 원년에 연간거래량이 1만6256계약, 일평균거래량 144계약을 기록했지만 이후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당시 돈육선물 자체가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양돈농가나 육가공업체들이 가격위험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돈육대표가격, 기본예탁금, 증거금률 등의 돈육선물거래 자체의 문제점으로 거래가 매우 부진한 것이 현실적 문제"라며 "초반에 돈육선물은 국내 농산물 중에 그나마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돼 상장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존재감이 없는 시장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10년전 정부가 주도해서 돈육선물을 개장할 당시에도 금융당국의 반대가 심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들이 금융상품에 대한 인식이 극히 낮아 가격이 오르면 대규모 수입을 하거나 대기업 유통회사가 농가랑 사전에 계약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소규모 양돈논가여서 전혀 가격형성이 안된다"며 "특히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가면 대규모로 수입을 하기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이라면 거래 자체가 안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육선물 자체의 상장유지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상장폐지후 재상장하기까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상품재설계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돈육선물은 모든부위의 가중 평균을 내다보니 실수요랑 맞지 않고 물가를 잘 반영하지 못해 변동성이 낮은 상품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삼겹살이나 목살 등 수요가 많은 부위만 따로 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는데 상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만 잘하면 충분히 거래가 잘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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