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미리 보니…수트 벗고 혁신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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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그랜저 미리 보니…수트 벗고 혁신 입었다
    헤드램프·그릴 통합한 전면 디자인 '파격' 호불호 갈릴듯
    내장 디자인, 제네시스 뺨치는 고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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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0-24 15:03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헤드램프·그릴 통합한 전면 디자인 '파격' 호불호 갈릴듯
    내장 디자인, 제네시스 뺨치는 고급감


    ▲ 더 뉴 그랜저 티저 이미지. ⓒ현대자동차

    오랜 기간 고급차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경천동지할 만한 변화를 꾀했다. 항상 잘 다려진 수트를 입고 다니던 신사가 느닷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그것도 유행을 한참 앞서가는 패션으로 나타난 것 만큼이나 파격적인 변화다.

    현대차는 24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내 디자인센터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단을 대상으로 디자인 프리뷰를 열고 더 뉴 그랜저의 내외관을 사전 공개했다.

    촬영은 허용치 않고 티저 이미지만 배포했지만 현장을 찾은 기자단은 실차의 모습을 직접 살펴보고 승차까지 해볼 수 있었다.

    “신선하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겠구나.”

    더 뉴 그랜저의 외관을 처음 본 느낌은 이랬다. 특히 앞모습은 누가 봐도 익숙한 디자인은 아니다. ‘ 자동차의 앞모습은 이렇게 생겨야 한다’라는 통념에서 확실히 벗어난 모습이다. 조선 시대 어촌 마을 주민이 표류해 온 서양인을 처음 본 느낌이랄까. 분명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다 있지만 늘 보던 사람들과 뭔가 다르다.

    더 뉴 그랜저도 두 개의 헤드램프와 그릴, 에어인테이크홀이 모두 있어야 할 자리에 붙어 있다. 그럼에도 낯선 것은 그것들이 모두 ‘하나의 면’에 붙어있기 때문이다.

    ▲ 더 뉴 그랜저 티저 이미지. ⓒ현대자동차

    일반적인 자동차들은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가 입체적으로 나뉘어 있다.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오며 각각의 용도만큼이나 디자인적 배치도 경계가 뚜렷하다. 하지만 더 뉴 그랜저는 모든 것이 하나의 면에 속해 있다.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손바닥으로 쓰다듬어도 걸리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측면에서 보면 앞부분은 물방울처럼 유려한 곡선으로 매끄럽게 이어져 있다.

    입체적인 면에서는 매끄럽지만 그래픽은 오히려 과격하다. 그물 무늬 그릴에 다이아몬드 형상의 패턴이 촘촘히 박혀 있다. 현대차는 이를 ‘파라메트릭 쥬얼(Parametric Jewel)’이라 이름붙였다.

    헤드램프는 평소에는 그릴 상단 좌우에 얌전히 위치해 있지만 시동을 켜면 그릴 안쪽으로 파고들며 눈을 부릅뜬다. 그릴의 일부인 줄 알았던 아이아몬드 패턴 중 일부가 사실은 숨겨진 램프(히든 라이팅 램프)로, 주간주행등(DRL)의 역할을 한다.

    신형 쏘나타에서 선으로 구현됐던 히든 라이팅 램프는 더 뉴 그랜저에서 마름모 모양의 면으로 진화했다. 시동이 켜 있지 않을 때는 그릴의 일부이지만, 시동을 켜 DRL이 점등되면 차량 전면부 양쪽에 마치 별이 떠 있는 듯한 모습이 구현되는 것이다.

    ▲ 더 뉴 그랜저 티저 이미지. ⓒ현대자동차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전무)은 “후드와 그릴, 라이트와 범퍼가 각기 다른 역할로 분리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단절 없이 모든 기능이 통합된 ‘경계가 없는 디자인’을 만들어냈다”면서 “디자인과 기술의 혁신으로 이런 것들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앞모습과는 반대로 뒷모습은 입체적인 구별을 더욱 부각시켰다. 트렁크 상단 끝부분은 에어 스포일러처럼 살짝 치솟았고, 그 아래로는 좌우로 길고 얇게 이어진 리어램프가 돌출돼 있다. 하단 범퍼도 많이 돌출돼 차체를 상하로 갈라놓는다. 맨 아래 위치한 쿼드 머플러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뒷유리의 형상도 흥미롭다. 통상 뒷유리는 아래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게 마련이지만 더 뉴 그랜저는 아래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며 스포티한 느낌을 더해준다. 실제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디자인 기법이다.

    측면 디자인도 여러모로 흥미롭다. 기존 모델보다 전장이 60mm나 길어지며 지루하지 않도록 후륜 펜터에 볼륨을 한껏 줬다. 그렇다고 둔탁한 근육질을 지향한 건 아니다. 볼륨을 준 펜더를 다시 세심하게 깎아내 고급차에 어울리는 세련된 옆태를 만들어냈다.

    내장 디자인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다.

    “제네시스는 어쩌려고 그랜저에다 이래놨지?”

    그랜저가 현대차의 세단 라인업 중 가장 상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제네시스와는 구별되는 대중차 브랜드의 일원이다. 하지만 더 뉴 그랜저의 내장 디자인은 제네시스를 상대로 ‘하극상’이라도 벌이려는 듯 럭셔리하다.

    좌석에 앉으면 가죽으로 꼼꼼히 둘러싼 넓게 뻗은 대시보드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크러시패드 아래쪽의 실버가니쉬에는 앰비언트 무드까지 적용돼 있다. 무려 64색 구현이 가능하다고 한다.

    운전석에서는 나란히 붙은 두 개의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왼쪽은 계기판 등의 역할을 하는 클러스터, 오른쪽은 내비게이션으로, 둘 다 12.3인치다.

    ▲ 더 뉴 그랜저 인테리어. ⓒ현대자동차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전자식 변속버튼이 손이 닿기에 적절한 위치에 갈무리돼 있고, 그 옆에는 휴대폰을 무선 혹은 USB로 충전해 놓고 뚜껑을 닫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센터콘솔은 고급 가죽 소재로 감싸놓아 훌륭한 암레스트 역할을 한다.

    전장 확대와 함께 축거(휠베이스)도 40mm나 길어지면서 뒷좌석도 광활한 레그룸을 제공한다. 과거의 그랜저가 그랬던 것처럼 뒷좌석에 귀한 분을 모시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상엽 전무는 “내장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라운지같은 느낌을 주는 데 중점을 두고 디자인했다”면서 “운송수단으로서의 공간이 아닌 진정으로 힐링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리빙 스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 뉴 그랜저의 겉모습, 특히 앞모습은 확실히 파격적이다. 전통적인 고급차로서의 그랜저의 이미지를 원했던 이들에게는 파격을 넘어 충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헤드램프와 그릴과 범퍼의 기능을 기술적으로 통합할 수 없었던 시절에 쌓인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 기술적 진보로 그런 것들이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 더 뉴 그랜저와 같은 디자인을 택하는 차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더 뉴 그랜저는 자동차 디자인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는 셈이기에 이 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이처럼 공을 많이 들여 혁신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부여한 더 뉴 그랜저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라고 불러야 한다는 게 너무 싫습니다. 디자인적으로만 보면 이 차는 완전 신차입니다.”

    기자들을 향한 이상엽 전무의 하소연에서 더 뉴 그랜저에 쏟아온 현대차 디자이너들의 혁신 의지와 그로 인한 애착을 엿볼 수 있었다.[화성(경기도) =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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