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의 이인삼각> 정의당 6명, 민평당은 더 초라, 바미당도 같은 운명
제 1야당 한국당의 공천은 나라를 살리는 공천이 돼야 한다
<김우석의 이인삼각> 정의당 6명, 민평당은 더 초라, 바미당도 같은 운명
제 1야당 한국당의 공천은 나라를 살리는 공천이 돼야 한다
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문 대통령 상가 조문에 대한 감사의 자리였다. 취지와 달리 설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설전의 주역이 군소정당 대표들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중심에 섰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당 내홍 등 부정적인 내용이 아니고서는 정치 기사를 리드할 기회가 흔치 않으니 최대한 활용하려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정의당 의원수는 6명이다. 민주평화당은 더 초라하다. 박지원 의원 등이 나가며 4명의 초미니 정당이 됐다. 바른미래당도 같은 운명에 들어섰다. 유승민 의원 등이 주도하는 ‘변혁’이 탈당하면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실질적으로 분당은 초읽기에 들어섰다.
이런 정당 지도자들이 정당과 국민을 대표하고 대변할 수 있을까?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이런 모습을 보며 정당의 지도자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책임을 지어야 할지 생각해 봤다. 지금 시점에서 그 관계는 공천과정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에 백종원 씨가 많이 출연한다. 요리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요식업 전문가가 예능에서 각광을 받는 모습이 특이했다. 어떤 분야라도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면 인생의 보편적인 원리를 깨우치게 되는 것 같다. 백종원은 말은 많은데 맞는 말을 찾기가 힘든 유사 요리전문가 황교익과 비교되는 자질을 가졌다.
얼마 전 방송에서 백종원 씨의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그가 컨설팅 하는 식당 주인에게 말했다. ‘식당 주인이 불편해야 고객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다. 식당 주인이 편하고자 하면 손님은 불편하기 마련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여의도에도 수많은 식당들이 명멸한다. 요즘은 대부분 얼마 버티지 못하지만, 과거 잘 나가던 식당들도 ‘쪽박을 차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 식당 주인은 치열하게 장사를 한다. 새벽부터 출근하고 청결에 힘쓰고 요리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고객이 불만이 있다면 즉각 반영한다. 주인이 불편한 만큼 고객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서 장사가 잘되면 프랜차이즈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때 쯤 주인장은 엉뚱한 바람이 든다. 주변에서 ‘사장님, 사장님’하며 떠받드니 우쭐해서 쉬운 방법을 찾는다. 누군가에게 식당을 맡겨두고 골프를 치러 다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버틴다. 그러나 주인이 없는 식당의 종업원은 불편하게 부지런히 일할 필요가 없다. 맛도 유지되지 않는다. 일부 종업원은 금고에 손을 대고 식자재를 빼돌린다. 이쯤 되면 손님들도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다.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주인이 돌아와 안간힘을 써도 이미 때가 늦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게 식당은 문을 닫고 주인은 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중 일부는 다시 변두리에서 처음부터 시작한다. 헝그리 정신과 의욕이 살아있는 경우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여의도 정당들은 식당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국민의 공복’임을 자임하며 국민의 신임을 얻는다. 그때는 열심이지만, 초심을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영감님’ 행세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그러다가 한 일없이 4년 임기가 다된다. 다급해진 영감님들은 눈치를 보며 줄서기에 바빠진다. 운 좋으면 줄을 잘서서 다선이 되지만,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뒤라 이렇다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정당들은 유권자를 보지 않고 자기들끼리 싸우기에 바쁘다. 폐업한 식당에서 남은 재산을 누가 챙기느냐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정당은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이 바로 그랬다. 당이 사분오열됐고 오합지졸이 됐다. 결국 정권도 빼앗겼다. 오랜 고난 끝에 이제 다시 총선이다. 한국당은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집권의 희망이 생긴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당이 얼마나 불편해 하는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내분을 피하고 대충 가려 하면 결국 국민심판을 자초하게 된다.
과거 성공한 선거에는 항상 치열할 공천 갈등이 있었다. 2000년 총선의 개혁공천이 ‘이회창 대세론’을 만들었다. 지난 2016년 총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호남중진과 안철수 등을 쳐냈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공천의 성공은 기득권을 갖은 나태한 의원들의 저항에 맞서 얼마나 ‘물갈이’ 하느냐에 달려있다. 교체율과 총선 승리 가능성은 비례한다. 웰빙정당에서 많은 사람을 교체할수록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그만큼 불편함이 컸고 아픔도 컸기 때문에 유권자의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단순한 결론은 과거의 통계와 수치를 보면 분명한데, 기득권자들은 애써 이를 외면한다.
이를 위해 공천권자는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 필수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저서 ‘군주론’에서 “군주는 도덕적 인물이 아니라 악인이 될 줄 알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래서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마키아벨리를 악마시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불가피한 경우’ 결단을 피하지 않는 지도자를 말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지도자를 도덕적으로 이상화한다. 그래서 실질과 거리가 멀다. 대부분 성공한 지도자는 필요할 때 제살을 도려내는 결단을 한 인물들이다. ‘읍참마속’의 고사도 있다. 현대에 와서는 ‘구조조정 전문가’의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대중매체에는 냉혈한으로 묘사하지만, 많은 경우 조직을 살려 남은 사람을 보듬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여력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에 신물을 내고 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에게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임기 4년이 다되도록 국민들에게 각인된 정치인이 거의 없다. 물의를 일으킨 다수의 의원들은 지명도는 오르지만 지지도는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 지지도도 극단화되어 있는 맹목적 지지층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해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많은 여당 의원의 인지도가 그렇다. 여권의 대선후보 기근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제 국정을 바로잡기 위해 야당의 인적쇄신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바꾸지 않으면 정치권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공멸한다.
현재 문재인 정권은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의도여부와 관계없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길이다. 의도가 좋은데 결과가 안 좋으면 교정하면 된다. 그러나 고집불통으로 교정하지 않는 것을 봐서는 의도도 의심스러워진다.
이제 기다리며 지켜만 볼 수는 없다. 나라의 위기가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 이제 경고를 보내야 한다. 총선을 통해서다. 그럼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게 야당이다.
그런데 야당이 태만한 식당 주인처럼 불편함을 피하고 기존의 방식에 매몰되어 인적쇄신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반사이익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수권 정당의 모습을 확인해 주지 못한다면 모두 공염불 일 뿐이다. 어두운 역사를 반복될 것이다. 다시 과거의 불행이 반복된다면, 대한민국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
제 1야당 한국당의 공천은 나라를 살리는 공천이 돼야 한다. 정권교체 기회는 2년 반이나 남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보이지 않으면 보수정당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고 수년이 더 걸릴 것이다. 총선기획단이 설치됐다. 통합 논의가 시작되고 영입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기득권의 저항이 계속될 것이다. 그들에게 명분을 주고 한발 물러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공천 과정을 통해 제도적으로도 옥석을 골라내야 한다. 공천 과정을 기득권자들이 지키고 있다면 애초부터 국민의 기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아직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한국당의 불편한 공천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도 스스로 교정하고 분발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당은 물론이고 대한민국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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