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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임기 반환점, 뒤바꾼 경제정책③] 찬밥 된 농수산, 달래기 역부족?


입력 2019.11.13 13:00 수정 2019.11.13 13:19        이소희 기자

예산비중 2.9%대 ‘홀대·차별' 인식 팽배, 탈 개도국에 우려와 대책 요구 봇물

예산비중 2.9%대 ‘홀대·차별' 인식 팽배, 탈 개도국에 우려와 대책 요구 봇물

문재인 정권 들어 농림수산 분야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은 ‘농업 홀대’와 ‘수산업계 차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업부분은 직접 챙기겠다’면서 농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했지만 정작 정권 초기부터 농정에 대한 뚜렷한 정책이나 혁신안은 본격화되지 못했다.

오히려 청와대 비서관을 놓고도 농림과 해양부문이 농림해양수산비서실로 통합되면서 ‘농업 홀대’ ‘농어업 패싱’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文‘정부에 기대 컸지만…번번이 ’농업홀대·푸대접’ 농민들 반발도 커졌다.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정책 규탄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정책 규탄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문 정부 초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채1년도 안 돼 지방선거를 이유로 자리를 비웠고 농정 공백은 5개월이나 장기화됐다. 또 청와대 신정훈 농어업비서관과 이재수 선임 행정관도 모두 선거전에 참여하면서 농정방향을 정해 추진해 나갈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

그 여파는 예산에 그대로 반영됐다. 국가 예산의 확장적 기조속에서도 농업 부분 예산은 국가 전체예산 9%대 증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2018년도 농식품부 예산은 14조499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겨우 0.08%(109억원) 늘었으며 2019년 예산도 14조6596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0년 예산도 15조3000억원으로 전체 예산(513조4000억원) 비중의 약 2.9%를 차지했다. 정부는 올해 대비 농업 예산 증가율이 4.4%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의 슈퍼예산 규모 대비 ‘농업 푸대접’이라는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한 농정의 제1순위 쌀 산업은 대안으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사실상의 정책실패로 판명 났으며, 농민들의 쌀값 현실화 요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주도 하의 수급조절로 일부 쌀값을 상승시키는 선에서 봉합됐다.

게다가 지난달 24년 만에 한국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선언하면서 농민 단체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농업계에 미칠 타격은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도 소통도 부족하다는 게 농업계의 지적이다.

그간 한국은 개도국으로서 농산물 분야에서 선진국 대비 3분의 2 수준의 관세 감축 의무만 이행해 왔다. 농산물 등 특별 품목에 한해서는 감축 의무를 면제받기도 했다.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보조금 규모는 커지게 된다.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대안으로 내놨다. 앞으로 예정된 공익형 직불제를 명목으로 현행 7개 직불제(1조1400억원)와 공익형 직불제개편 사업 1조600억원을 신규로 편성, 공익형 직불제 개편에 2조2000억원의 소요재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과 국회를 중심으로 우려와 함께 예산 확대 요구가 거세다.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의원은 긴급성명서를 통해 “국내 다른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 분야의 피해를 최대화하겠다는 반농업적인 판단”이라고 규정했다.

또 농민단체들은 “계속되는 정부의 농업 홀대에 더는 정부의 농정방향을 신뢰할 수 없어 앞으로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농업보조정책을 직불제 중심으로 전환, 직불제 예산을 단기적으로 3조원 이상 등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대책 촉구 건의문을 내기도 했다.

◆불평등 어업세제는 ‘어민차별’…행정력·예산·정책 총체적 부족, 달라지지 않아 해양수산 부문도 소외론이 팽배

수산업계 살릴 대책 촉구하는 시민단체·대형선망 ⓒ연합뉴스 수산업계 살릴 대책 촉구하는 시민단체·대형선망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와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양수산 정책의 본격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해운재건 기틀 마련과 수산자원 감소세에 대한 대응 전략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촌고령화와 심각한 자원고갈, 인프라 부족, 후진적 유통 구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이에 비해 행정력이나 예산 지원이 총체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때문에 어업인들이 농업인에 비해 정책적 지원분야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점이 최근 다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농민을 우대하는 현행 세제에 비해 어민들이 차별을 보고 있다며 반발이 심화됐다. 급기야 ‘왜 어민이 농민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합니까?’라는 제목으로 불평등한 어업분야 세법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어촌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현재 농민의 경우 논·밭을 이용한 곡물·식량작물 생산 시 소득세를 전액 면제받고 있으며, 논·밭을 제외한 과수, 특용작물 등 작물재배업에 종사하는 농민은 매출액 10억원까지 소득세가 면제된다.

이와 관련해 수협에서 2010년부터 10년 가까이 어업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건의를 지속해 왔지만 아직까지 세제 개편은 이뤄지지 못했다.

수협 관계자는 “농업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지원이 이뤄졌던 것”이라며 “현재 고령화와 수산물 수입시장 개방, 어업자원 감소 등 복합적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산업도 같은 방식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수산업계는 65세 이상 어업인의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어업현장을 지킬 젊은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점을 들며 젊은 인구가 어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세제도 개편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공감대 형성에만 그쳐야했다.

일본 원전오염수 방류문제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대처 미흡, 어업 구조개선 및 연근해 조업구역 조정, 바다모래채취 금지, 해상풍력발전 해법 등도 숙제다. 그나마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와 관련해 WTO 분쟁서 예상을 깬 승소를 한 부분이 유일한 성과로 회자된다.

◆농수산 무관심에 상대적 박탈감…농어촌상생협력기금 찔끔, 회의적인 농특위

한·중 FTA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업인·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기금을 마련키로 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정부의 무관심과 기업의 외면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3년간 조성된 기금은 목표액(3000억원)의 21%인 643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기업들 위주로 출연이 이뤄지고 민간기업들의 참여는 드문 상태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기대가 컸던 것과는 달리 꾸준한 ‘농어업 홀대’를 야기하면서 농어업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다줬다.

이에 정부는 올 들어서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대표적 농민단체들이 빠진 데다 참여 인사들의 개혁성 등도 떨어져 형식적 협치기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가까스로 출범시킨 농특위 마저 큰 힘을 받지 못하면서 예산과 제도, 조직의 개편과 혁신에 대한 관심도 없이 쉽지 않은 대안과 묘수를 제시할 수 있을지에 벌써부터 회의론이 제기된다.

아울러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발병으로 방역과 도살이라는 이중고에 빠진 축산농가와 유달리 잦은 태풍과 기상악화로 농수산물 수급조절 등 정부의 피해보전·선제적 정책 약속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 추진하는 새로운 공익형 직불제의 제대로 된 안착과 미래 농정과 수산의 기본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스마트팜과 스마트 양식 등의 혁신기술이 병행될 시점에서 총선용 예산 퍼주기와 민원 예산 대폭 증액이라는 산을 넘어 어떤 해법을 내 놓을지도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이미 불신과 대정부 투쟁이라는 집단 반발 속에서 이를 소통하고 극복하면서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들로 농업 구조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농해수위 소속 한 의원의 “언론사 설문조사 결과 현 정부의 농정 공약은 100점 만점에 34.5점으로 F 학점이다”이라는 지적이 농수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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