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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같은 '군기반장' 안 보이는 한국당


입력 2019.11.18 02:00 수정 2019.11.18 09:27        송오미 기자

'악역 자처'…총선 승리 위해 "피도 눈물도"

한국당, 긴장감 주입할 '군기반장' 안 보여

민주, YS개혁공천·朴비대위 사례 본보기로

한국, 총선기획단 등 눈길 잡는 전략 부재

'악역 자처'…총선 승리 위해 "피도 눈물도"
한국당, 긴장감 주입할 '군기반장'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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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5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5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년 4·15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자유한국당에는 '양정철 같은 악역·군기반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천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당내 긴장감을 불어 넣어 인적쇄신 분위기를 주도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 희망자가 너무 많은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원장은 "벼슬을 했으면 헌신을 해야지 특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며 "나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청와대나 대통령을 팔아 덕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면 '악역'이라도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석이라도 더 이기기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고, 어떤 온정도 없이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고 한다. 당 안팎 인사들에게 절박하고 겸손한 태도로 총선에 임하라는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주당에서는 양 원장이 '군기반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반면, 한국당에서는 이런 인물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내년 총선 불출마를 재확인한 6선의 김무성 의원이 "우파 정권이 잘못된 데에 책임 선상에 있었던 중진들에게 주어진 소명은 자기를 죽여서 나라를 살리는데 있다"고 '중진 용퇴론'을 거듭 주장하면서 인적쇄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3선·부산 금정)이 이날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중진 용퇴론에 힘을 보탰다. 지난 15일에는 김성찬 의원(재선·경남 창원진해)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지난 6일에는 초선의 유민봉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전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리 당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한 만큼, 내년 총선에서는 어떻게든 이겨야 2022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려볼 수 있다"며 "그러나 그런 절박함이 현재 당내에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 당내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줄 양 원장 같은 인물이 없는 것은 아쉬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민주당은 치밀한 전략으로 당 쇄신"
'총선 올인' 민주, 청년 정책 발굴 '속도전'
'뒤처지는' 한국, 청년 영입도 정책 발굴도…


총선 전략과 관련해서도 "한국당은 민주당에 비해 '치밀함'과 '절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국당은 '박찬주 홍역'을 치르고 진부하게 구성된 총선기획단에 대해 따가운 비판을 받았지만, 그 뒤로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치밀한 전략으로 당 쇄신도 하고 총선 전략도 짜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탄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말 갈아탄 이들이 중심이 됐으니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하나가 돼 쇄신에 동참하고 총선 전략을 수립하라. 비상한 시국"이라며 "내년 총선이야말로 체제 선택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보수진영의 총선 전략까지 치밀하게 검토하며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성공적인 총선 전략으로 1996년 15대 총선 때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신한국당 사례와 2012년 19대 총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사례를 지목하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민정부 4년차에 치러진 15대 총선은 한 해 전인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등 집권 여당인 신한국당에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었지만, YS 주도로 기성 정치권의 틀을 깨는 과감한 혁신공천을 통해 139석을 확보하며 선전했다.

이 당시 YS는 자신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회창을 비롯해 박찬종·이홍구·이인제·김덕룡·최형우·이한동·김윤환 등 대권주자 '9룡', 골수 운동권인 김문수·이재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벤처기업가 이찬진 등을 영입해 정파를 아우르는 포용공천의 모습을 보여줬다.

19대 총선의 경우, 야권이 처음으로 후보단일화를 통해 일대일 구도를 완성했고 'MB(이명박 전 대통령)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새누리당이) 100석도 건지기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는 15년 만에 당 간판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진보진영 이슈인 '경제민주화'를 새누리당 강령에 명문화하는 등 외연확장을 노렸다.

인재 수혈도 파격적으로 진행됐다.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박근혜 키즈라고 불렸던 이준석·손수조, '4대강 저격수' 이상돈, 이주 여성 이자스민, 탈북민 조명철 등 진영과 세대를 아우르는 인사들을 영입해 포용·미래·통합 등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새누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확보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적극적인 청년 인재영입과 모병제·청년신도시 건설 등 2030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한국당은 청년 영입과 청년정책 발굴에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당의 입장에서 보면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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