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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위기에 변화 카드 꺼냈다...세대교체로 혁신 가속화


입력 2019.11.28 19:01 수정 2019.11.28 19:11        이홍석 기자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한상범-조성진 교체로 과감한 승부수

권봉석-정호영 50대 CEO 적극 등용...최고경영진 변화

디지털 전환 등 적극적인 조직개편으로 혁신 강조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한상범-조성진 교체로 과감한 승부수
권봉석-정호영 50대 CEO 적극 등용...최고경영진 변화
디지털 전환 등 적극적인 조직개편으로 혁신 강조


구광모 LG그룹 회장.ⓒLG
구광모 LG 회장이 적극적인 변화로 위기의 파고를 넘겠다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고경영진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LG그룹은 28일 지주회사인 (주)LG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세탁기 박사'로 불리며 고졸 샐러리맨의 가전 신화를 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용퇴다.

지난 1976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43년간 LG전자를 글로벌 가전 브랜드 반열에 올려 놓는 등의 성과로 역사의 한 획을 그가 물러나고 권봉석 사장이 후임 CEO를 맡게 됐다.

지난 2016년 말 CEO 자리에 오른 뒤 3년간 회사의 실적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세대교체 차원에서 물러나게 됐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의 적자 속에서도 가전 사업이 두드러진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1분기에는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번 CEO 교체는 구광모 회장이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에는 변화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성과가 나고 있는 사업이라도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만큼 주마가편(走馬加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회사도 자료를 통해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체험을 기반으로 한 경영방식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에서 이뤄졌다"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수익구조가 양호할 때 리더를 교체하는 것이 변화와 쇄신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와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던 권봉석 사장이 신임 CEO 자리에 오르면서 신규 사업본부장들의 면면도 모두 달라지며 전반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박형세 부사장과 이연모 부사장이 HE사업본부장과 MC사업본부장을 맡게 됐고 이상규 부사장은 한국영업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구광모 회장의 이같은 의중은 이미 지난 9월 단행된 LG디스플레이 CEO 교체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한상범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정호영 사장이 신임 CEO로 올랐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 부진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이뤄졌던터라 LG전자와 상황이 다소 다르지만 위기에는 변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구 회장의 의중은 그대로 반영됐다.

구 회장이 지난해 6월 말 취임 이후 보좌해 온 부회장단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세대교체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나타낸 것이다. 권영수 (주)LG 부회장을 비롯,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나머지 부회장단 모두 유임됐지만 6명이었던 규모는 4명으로 줄어들었다.

한상범 부회장(1955년생)과 조성진 부회장(1956년생)이 잇따라 퇴임하면서 권봉석 사장(1963년생)과 정호영 사장(1961년생) 등 50대 CEO들이 전면에 나서며 세대교체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가져오게 됐다. LG하우시스도 민경집 대표이사(1958년생)의 퇴임으로 현 한국영업부문장인 강계웅 부사장(1963년생)이 신임 CEO로 선임됐다.

이번 임원 승진 인사 중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황현식 LG유플러스 퍼스널 솔루션(PS)부문장(57)도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50대 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조직의 변화에서도 젊은 세대교체 의지는 드러났다. LG그룹은 더 나은 고객 가치 창출의 핵심 수단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위해 계열사별로 전담 조직도 구성할 방침이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내달 1일 단행되는 조직 개편을 통해 가장 먼저 디지털전환 가속화를 통해 미래준비에 전사 차원의 역량을 결집한다.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부문을 신설해 신사업 추진과 전략 기능을 통합해 전사 미래준비와 디지털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CSO부문은 북미지역대표를 역임한 조주완 부사장이 맡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인사에서도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LG가 변화에 대응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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