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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힙하다’는 망리단길은 옛말…‘월요병’을 닮은 그 거리


입력 2020.01.07 06:00 수정 2020.01.07 06:04        원나래 기자

“평일엔 한산, 주말 장사로 버텨”…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 시작

빈 상가, 임대 문의 ‘곳곳’…“권리금·임대료는 여전히 높아”

“평일엔 한산, 주말 장사로 버텨”…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 시작
빈 상가, 임대 문의 ‘곳곳’…“권리금·임대료는 여전히 높아”


망리단길 메인거리에 폐업한 빈 점포들이 눈에 띈다. ⓒ데일리안 원나래기자

“‘그냥 망리단길에 가게 차리면 잘 된다더라’는 소문만 듣고 와서 덜컥 가게를 할 생각하면 망해서 나가기 십상이다. 거의 평일엔 손님이 없고 주말에나 많다. 그나마 평일에 오는 손님들은 주말에 줄서는 맛 집이라고 알려진 곳, 한 곳을 딱 정해서 미리 알아보고 찾아가는 경우지. 돌아다니다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망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의 말)

영어 단어인 ‘힙(hip)’에 한국어인 ‘~하다’가 만나 ‘핫하다’, ‘트렌디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힙하다’는 맛 집. ‘SNS 화제 맛집’이라고 불리는 그 힙한 맛 집들이 도로 하나를 두고 양옆으로 즐비하게 들어선 일명 망리단길. 이곳의 월요일은 예상했던 모습과 달리, 마치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처럼 활기가 없고 맥없어 보이기만 했다.

망리단길로 가는 망원역 2번 출구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지난 6일 오후 망원역 2번 출구를 나와 망리단길 메인 도로로 알려진 포은로를 따라 걸으니 점심시간인데도 대부분의 밥집들이 문을 닫고 영업을 쉬고 있었다.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상점이 아니다 보니 외지인이 방문하는 토·일요일이 주된 영업시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의 상점은 월요일 혹은 수요일이 쉬는 요일이다.

상인들은 불과 2~3년 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몇 년 전만해도 평일과 상관없이 망원동의 몇몇 음식점들엔 길게 줄이 늘어서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는 거다. 맛 집이라고 입소문을 탄 음식점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평일 점심 영업을 쉬고 문을 닫은 가게 앞으로 차 한대가 주차돼 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하지만 이제는 장사가 잘되는 곳도 ‘주말 장사’에만 그치는 형국이다. 여기에 임대료는 급격하게 오르면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 부작용도 서서히 발생하기 시작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곳곳에 유명한 맛 집들은 고정 손님(단골)을 확보하고 있어 이곳에서 버틸 수(?) 있다”며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넘어온 사장들이 망리단길이라 이름을 붙이고, 기존의 단골이나 SNS로 손님을 확보해 자리 잡은 곳은 그나마 아직도 영업이 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들어올 때는 10평 기준으로 임대료가 60만원 선이었으나, 이제는 그 2배가 넘는다”며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무(無)권리금인 곳 없이 모두 바닥 권리금이 형성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부분 2층 남짓한 다세대 주택을 개조한 상점은 10~20평형대 임대일 경우 권리금 5000만원 내외, 보증금은 최소 8000만원에 월 임대료 150만~380만원에 형성돼 있다. 망리단길이라는 입소문을 타기전과 비교하면, 임대료는 2~3배 이상은 기본으로 올랐다.

다만, 높은 인기만큼이나 매물이 없어 임대·매매 거래가 불가능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매물은 있지만 가격 혹은 임대료가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쩍 상승한 임대·매매가격이 장사가 잘되고 안 되고는 상관없이 높은 가격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3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45·남)씨는 “망원동은 수 십 년 이곳에서 거주해 온 고령의 주민들과 원룸에 거주하는 젊은 사람들이 공존하는 독특한 곳”이라면서도 “망리단길 가까이 망원시장, 월드컵시장이 있어 연령에 따라 상권이 분리되고, 마포구청역에서 홍대로 이어지는 합정역 뒷길까지 워낙 거리가 길다보니 분산되는 수요도 많다”고 토로했다.

한 음식점 주인인 김모(36‧남)씨도 “이 곳은 메인 거리가 아니어서 그나마 임대료가 다른 곳보다는 저렴하지만, 메인 상권에는 임대료가 치솟아 음식점을 정리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전반적인 경제 불황으로 상권이 침체됐지만, ‘이름 값’이라는 허울에 임대료는 매출 대비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영세 상인에게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망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이상혁 더케이 컨설팅 그룹 상업용부동산센터장은 “망리단길을 비롯해 근래에 새로 생겨난 골목상권들은 대체로 소수의 업체에만 방문객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전반적으로 상권이 활성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권의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장사하는 이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커피를 파는 까페만 우후죽순 생긴다든지 업종 구성도 단조로운 편이라 갈수록 경쟁이 심화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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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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