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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바이오파마, 너무 빨리 축배 들었나


입력 2020.01.23 00:00 수정 2020.01.22 20:51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성공했다던 임상 3상 1차 평가지표 미충족

"사실상 실패" vs "실패 단정 짓기엔 이르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임상3상이 성공적이라던 발표를 뒤집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너무 일찍 축배를 들었다거나 아직 실패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은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 ⓒ한올바이오파마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임상3상이 성공적이라던 발표를 뒤집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너무 일찍 축배를 들었다거나 아직 실패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은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 ⓒ한올바이오파마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임상3상이 성공적이라던 발표와 달리 절반의 성공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업계에 잠시 소용돌이가 일었었다. 일각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너무 일찍 축배를 들었다거나, 아직 실패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이 주평가지표에서 유의성 있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각막손상 개선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Sign)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Symptom) 모두에서 우수한 효과 확인했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HL036은 한올바이오파마가 자체 개발한 레지스테인 원천기술을 이용해 TNF 수용체 절편을 분자 개량한 바이오신약이다. 2016년 대웅제약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 왔다. 2016년 임상 1상을 완료하고 2018년 임상 2상을 마무리한 한올바이오파마는 2019년 미국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안구건조증은 크게 증상 지표와 염색 부위에 따른 객관적 지표가 있다. 증상지표로는 안구불편감점수(ODS)와 건성안 자각증상 점수(OSDI)가 있다. 염색 부위에 따른 객관적 지표로는 하각막 형광 염색 점수(ICSS), 전체각막 형광 염색 점수(TCSS), 중각막 형광 염색 점수(CCSS)가 있다.


ODS와 OSDI의 경우 주관적 지표이기 때문에 대조군과 시험군 간 차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때문에 임상에서는 보통 염색 부위에 따른 객관적 지표 ICSS, TCSS, CCSS를 사용한다.


이번에 공개된 데이터는 양사가 미국의 안과 전문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오라(Ora)를 통해 미국 전역 12개 임상시험기관에서 진행한 연구의 탑라인 결과다. 안구건조증 환자 637명을 두 군으로 나눠 HL036 0.25% 점안액 또는 위약을 8주 동안 1일 2회 각각 점안하고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차 평가지표는 하부 각막의 손상 개선 정도를 직접 측정하는 ICSS와 안구불편감점수(ODS)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HL036 0.25% 투여군은 중앙부 각막과 전체 각막의 손상 개선 정도를 의미하는 CCSS와 전체각막 손상 개선 정도를 의미하는 TCSS 2개 지표를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하부 각막에 대한 효과를 측정하는 하각막 형광 염색 점수(ICSS)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1차 유효성 평가지표(ICSS)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2차 평가지표에서만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반쪽짜리 성공? 아직 실패 단정 짓기엔 일러


다만 총각막염색지수(TCSS)와 중앙부 손상 개선효과를 측정하는 중앙각막염색지수(CCSS)에서는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된 점은 고무적이다.


이를 두고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사장은 “CCSS와 TCSS는 임상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더 의미 있는 지표”라며 “각막 전반에 걸친 효과를 입증하면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은 항암제나 기타 희귀의약품처럼 한 번만 하지 않는다"며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상을 세 차례 정도 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임상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1차 변수는 충족하지 못한 임상 결과지만, 2차 평가지표에 의미를 부여해 중증도 이상의 환자에게 제한된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박 대표의 말처럼 경쟁 약물 임상에서 CCSS나 TCSS 유의성을 낸 사례가 거의 없어 실패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안구건조증은 눈물 생성이 부족하거나 눈물이 과도하게 증발해 안구 표면이 손상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눈물 내 삼투압 증가와 염증 물질의 축적에 의해 발생한다. 전 세계 안구건조증 시장은 4조원 규모이며, 2027년에는 7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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