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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기에 정공법 택한 조원태


입력 2020.02.10 07:00 수정 2020.02.09 21:2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저수익·비주력 사업매각 및 재편으로 과감한 행보

주주·임직원 소통 경영 강화...향후 지속여부 주목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위기의 시기에는 가장 대담한 방법이 때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과거 1970년대 미·소 냉전의 시대에 미국 외교 정책의 전권을 행사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했던 말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간 대결구도가 가장 극심했던 시절 미·소 전략무기 제한협정(SALT)을 체결하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는 등 공산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데탕트(Detente·긴장완화)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신의 말처럼 위기의 순간에 가장 대담한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과거에 회자됐던 이 말이 요즘 자주 떠오르고 있는 것은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경영 행보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 6일과 7일 연이어 열린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를 통해 유휴부지 매각과 비주력인 호텔·레저 사업 재편에 나섰다. 수익성이 낮고 비전이 없는 사업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항공·물류 등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과감한 행보였다. 또 외부세력과 손잡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견제하며 확고한 수성 의지를 보였다. 지난 4월 회장직에 오른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약했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러한 대담한 변화는 임직원과 주주들에게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위험에도 중국 우한 교민들의 귀환 수송 작전에 직접 나섰다. 노조 간부들이 교민들을 이송하는 전세기 근무 승무원으로 자원하자 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 임직원들과 함께 하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뉴시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뉴시스

이후 자가격리 중에도 사내 소통 광장에 당시 상황과 소감을 담은 글을 직접 작성해 올리며 임직원들과의 소통 경영에 나섰다. 땅콩회항에서 물컵갑질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연출됐던 오너가의 소통 부재가 극심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총수일가의 퇴진을 외쳤던 임직원들의 반응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주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하며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는 등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내달 한진칼 주총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걸려 있는 위기 상황이니 그럴만도 하고 이 때문에 부정적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하기 마련이다. 다만 이후에도 그의 과감한 변화와 혁신 행보가 지속되느냐 여부에 따라 위기 모면인지 아니면 위기 극복인지가 드러날 것이다. 조 회장의 선택이 궁금하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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